잉글랜드의 많은 축구클럽은 1800년대 후반 추운 겨울 크리켓 팀 회원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창단됐다. 영국의 국기인 크리켓 경기는 추운 겨울에는 하기 힘든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영표가 뛰고 있는 토튼햄이나 이동국이 소속된 미들즈브러 등이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한 팀들이다.

추운 겨울에 공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고 우기인 겨울철의 비바람을 헤쳐가며 100여 년 이상을 이어온 것이 바로 잉글랜드 축구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악천후로 취소된 두번의 맨유 2군 경기는 아이러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잉글랜드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과는 조금 다르다.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씨에 겨울철이 우기여서 눈보다는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비도 한국과 같은 집중 호우라기보다는 가랑비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국제적인 기후 변화와 함께 영국의 겨울 모습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한국과 같은 집중 호우도 종종 만날 수 있고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 날씨로 잔디도 쉽게 얼어 버린다.

물론 이런 현상들이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둘러싼 축구환경도 바뀌는 계절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제 축구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축구클럽에서 축구선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매서운 겨울 날씨에 체력증진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달렸던 시대는 지나고 선수들은 수십 억 원, 수백 억 원대의 연봉을 받아가며 팬들을 흥분시키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추운 겨울 악조건에서 무리하게 이들을 훈련시킬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무리한 출전이 추가 부상을 야기시킬 수 있어 클럽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축구팬들의 관심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버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집중됐다. 부상으로 9개월간 뛰지 못한 박지성의 복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19명의 엔트리에 포함돼 호텔에서 합숙까지 했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16명의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아 복귀무대가 무산됐다. 경기 후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1군에 복귀해 정상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기 운영상의 이유로 오늘 경기에 못나왔다"며 박지성이 조만간 복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경기 이전에도 박지성은 기대를 모았던 2군 경기 출전이 두번이나 불발돼 기량을 점검할 기회를 놓쳤다. 본인은 물론 리그 복귀를 앞두고 박지성이 얼마나 회복되었고 성장했는지를 보고 싶어 한 팬과 전문가 모두에게 아쉬운 순간이었다.

덩달아 박지성의 복귀를 둘러싼 기대감은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두번의 2군 경기 출전 취소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복귀 연기는 다음 경기를 향한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무릎 수술 이후 가진 자기와의 싸움과 보일락말락하는 경기 출전 여부가 연말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복귀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