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선데이 (Super Sunday). 영국에서 보통 일요일에 벌어지는 대단위 이벤트나 스포츠 경기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프리미어리그 주간 방송사 중 하나인 스카이 스포츠가 몇 달 전부터 홍보해온 TV 광고문구이기도 하다. 바로 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첼시 등 피할 수 없는 라이벌들 대결이 지난 16일 일요일에 벌어진 것이다.

잉글랜드 전통의 라이벌인 리버풀과 맨유의 대결에서는 맨유가 테베즈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했고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 더비에서는 아스날이 1-0 승리로 승점 3을 챙겼다. 이들 네 팀의 격돌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라이벌 전인 데다 같은 날 맞붙었다는 요인도 컸다.

현재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4개 팀을 '빅 4'라고 지칭한다. 슈퍼 선데이에 맞붙은 맨유 리버풀 아스날 첼시가 바로 이 팀들이다. 물론 '빅 4'의 뚜렷한 선정 기준이나 공식화된 이론 같은 것이 있지는 않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의 활약과 팬 규모,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유럽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자본력 그리고 최근 몇십 년 동안의 리그 순위 등이 종합돼 마치 사회에서 여론이 형성되듯이 자연스럽게 통용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 구단의 자본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첼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성적도 성적이지만 유럽 축구시장을 움직일 만한 자본력이 어느새 첼시를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4개 팀들 중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축구클럽을 중심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는 마케팅, 위성중계를 통한 이들 클럽들의 전 세계를 향한 확장,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재능 있는 선수들과 명문클럽들의 연계 등이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면서 이들 '빅 4'의 입지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연말에 잉글랜드 '빅 4'의 격돌이라는 슈퍼 선데이 이벤트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 현재의 '빅 4'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0~30년 전 잉글랜드에는 '빅 4' 대신 '빅 5'가 있었다. 맨유 리버풀 아스날 에버튼 토튼햄이 바로 '빅 5'였는데 지금은 에버튼과 토튼햄이 빠지고 첼시가 들어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에버튼과 토튼햄은 잉글랜드에서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막대한 자본의 뒷받침을 받지 못해 에버튼과 토튼햄은 '빅 5'에서 밀려났다.

이영표가 뛰고 있는 토튼햄은 어느 팀들보다도 옛날의 영화를 되찾고 싶어 하는 팀이다. 그래서 그 선순환의 고리를 리그 4위권 진입과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로 시작하려 한다. 이를 통해 팀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의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순환의 흐름을 타고 있는 '빅 4'를 제압하고 리그 선두권에 올라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10년이나 20년 후에도 그대로 있을 지, 아니면 지난날 '빅 5'가 '빅 4'로 된 것처럼 어느 순간 변화될 것인지 어느 누구도 쉽게 점칠 수는 없을 것이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방상열 영국 런던=FIFA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