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테러와 그 이후에 여러 크고작은 테러 위협 속에 미국과 영국의 비자법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이다. 특히 영국의 까다로워진 법과 절차로 한때 붐을 이루었던 어학연수생의 숫자도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축구연수 혹은 축구지도자 연수이다. 이미 한국의 많은 지도자들이 영국을 거쳐 갔거나 열심히 연수 중에 있다. 부산 아이파크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과 강철 코치가 영국에서 연수했고 전 울산현대 이상철 수석코치도 영국 현지의 프리미어리그 팀 탐방과 연수를 병행하다 얼마 전 귀국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외룡 감독도 10개월 정도의 연수를 마무리 짓고 있고 전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은 재충전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와 연수를 시작했다.
이러한 장기 연수 외에도 단기적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사실 얼마전까지 영국은 축구지도자들이 연수를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차범근 감독이 선수로 뛰었던 독일이나 히딩크 감독의 영향으로 네덜란드가 많은 인기를 얻었었다. 지난달 29일 토튼햄과 덴마크 알보르와의 UEFA컵 홈 경기 후에 영국축구연수 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영표는 축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네덜란드리그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도 있다.
축구 자체는 제쳐 놓고라도, 주변 여건으로 본다면 영국은 연수의 최적지는 아니다. 영국은 1년 중 200일 이상 비가 온다. 이런 궂은 날씨 외에도 집값을 포함한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웬만한 집 하나 얻으려면 우리 돈으로 30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한다. 이런저런 경비를 합치다 보면 그야말로 허리가 휘청해진다.
여기에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한국지도자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비즈니스 논리로 움직이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팀의 입장에서는 한 수 배우러 온 한국의 지도자를 챙길 여유가 없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얼마 전 연수를 마치고 돌아간 이상철 수석코치가 "앞으로 한국과 영국 축구연맹 간의 긴밀한 협조가 반드시 전제돼야 보다 체계적인 연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대목에서 영국 현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많은 지도자들의 영국 행은 일종의 유행 같다. 우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4명의 태극전사들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도 많은 축구지도자들이 태극전사들이 소속된 팀에서 연수를 받았었다. 우리 선수들을 통해 해당 클럽에서 연수받을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린 것이다.
또한 전세계 축구팬들이 시청한다는 프리미어리그의 흥행과 상업성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축구의 실체를 체험하기 위한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분명 한국 프로축구를 살려보고 흥행시켜 보려는 간절한 마음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그러나 100년 이상의 영국축구와 이제 걸음마를 뗀 우리 축구는 분명 그 환경과 현실이 다를 것이다. 단순히 영국에서 몇 경기 본다고 해서 한국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다거나 그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상철 코치의 지적처럼 막연한 영국 행보다는 많은 지도자들이 양국 축구연맹의 협조 하에 한국에서 배우기 힘든 것들을 체계적인 프로그램 하에 수업을 받을 수만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현지 연수가 될 것이고 머지 않은 장래에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물들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방상열 영국 런던=FIFA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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