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들즈브러와 토튼햄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이동국(미들즈브러)과 이영표(토튼햄)의 태극전사 맞대결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최근 대표팀 음주사건과 계속되는 주전경쟁 압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동국을 격려하기 위해 오랜만에 영국 북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 시작 전 나온 팀 명단을 통해 이영표는 선발, 이동국은 교체멤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태극전사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영표는 팀 내 주전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최근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했다. 같은 포지션의 가레스 베일과 비교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인지 이영표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상대 문전에서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면 이동국은 선발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팀의 스트라이커인 제레미 알리아디에르, 툰카이 산리 그리고 현재 부상 중인 호삼 미도를 능가할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여기에 신예 벤 허치슨과의 주전경쟁도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10월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미들즈브러 감독은 이동국 대신 벤 허치슨을 먼저 교체 투입시켰다. 경기 후 "이동국의 효용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미들즈브러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맨유와의 경기에는 이동국보다 벤 허치슨이 더 잘 맞기 때문이지 이동국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석연치 않다.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단연 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칼링컵 2라운드에서의 데뷔골을 제외하고 이동국은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스트라이커로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 계속되는 미들즈브러 지역언론과 한국 언론들의 압력 속에서 이동국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음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연루된 이동국의 어깨가 여느 때보다 축 처져 있었다. 계속되는 악재에 돌파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은 교체 멤버로 약 20분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동국은 자신에게 패스된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특유의 빠른 돌파와 적절한 위치 선정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중 이동국의 현재 심경을 잘 말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이동국은 후반 교체해 들어간 뒤 이영표가 가지고 있던 볼을 태클로 뺏으려다 경고를 받았다. 이동국은 자신의 거친 태클에 넘어진 이영표를 그냥 쳐다볼 뿐이었다. 그 순간 서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잡아주는 모습조차 없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없는 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행동도 이동국은 하지 못했다. 그만큼 이동국이 심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 옆에서 이영표와 이동국이 벽에 기댄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영표가 선배 입장에서 최근의 사건을 포함해 여러 조언들을 해주고 이동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한마디 격려의 말을 남기고 싶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이자 선배의 애정 어린 한마디보다 더 힘이 될 것은 없겠다 싶어 두 선수의 만남을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방상열 영국 런던=FIFA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