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햄과 더비 카운티의 경기가 열렸던 풀햄의 크레이븐 코티지 구장을 찾았다. 설기현을 보기 위해 몰려든 한국 팬들이 경기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풀햄과 가까운 한인 밀집 주거 지역인 뉴몰든에서 많은 학생 팬들도 경기를 구경하러 왔다.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 팬들의 응원이 우리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설기현도 레딩에서 풀햄으로 이적한 후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많아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풀햄은 약체 더비 카운티를 상대로 설기현을 선발 출전시켰다. 설기현은 전반 15분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날리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이뤄진 선발 출장에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전반에는 종종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뺏기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 활약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던 전반 종료 직전 풀햄 수비수 콘첼스키가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설기현은 후반 시작과 함께 풀햄 수비수 카를로스 보카네그라와 교체됐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어 승점 3점이 절실했던 풀햄과 이적 후 확실한 득점포를 선보이려 했던 설기현 모두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국 양팀은 득점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경기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풀햄이 지극히 영국의 전형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풀햄의 공격에는 흔히 말하는 '킥 앤 러시'(후방에서 페널티 에어리어의 최전방 공격수에게 바로 공을 연결해 경기를 풀어가는 영국식 공격 스타일의 축구)의 분위기가 확연했다.
두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풀햄의 로리 산체스 감독이 이런 식의 공격을 선호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영국 전통적인 것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공을 가진 선수를 향해 들어오는 빠르고 강한 태클을 피하고 빠른 시간 내에 득점이 가능한 페널티 에어리어로 공을 배급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볼 수 있는 빠른 공수 전환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이나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면 흐름의 장악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미드필드부터 결정적인 찬스가 날 때까지 패스나 드리블 등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것을 승리의 첫 번째 관건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더라도 최전방 공격수에게 빠른 시간 내에 공을 배급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은 하부리그 일수록 확연해진다.
두 번째는 이날 경기에서 풀햄의 공격 옵션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확실한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상태에서 좌우 날개인 보아자와 설기현의 측면 돌파는 상대 수비수에게 번번이 막혔다. 경기 후 설기현은 "상대 선수들이 의외로 강하게 나왔다"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설기현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의 공격루트가 막히자 중앙 공격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설기현은 이날 인터뷰에서 "팀 스타일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풀햄 이적 후 아직까지는 적응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설기현 스타일의 측면공격과 중거리슛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단순한 풀햄의 공격스타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런던=FIFA 에이전트 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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