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든 인간관계가 중요하듯이 축구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축구라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팀을 이끄는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유럽에서 그 관계가 늘 좋거나 원만하지는 않다.

박지성이 속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년 동안 맨유를 이끈 명장으로 그의 밑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받고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물론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퍼거슨 감독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팀을 떠났던 선수들도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새롭게 시작한 데이비드 베컴을 들 수 있다. 퍼거슨은 한없는 신뢰를 보낸 베컴이 어느 순간 연예인이 돼 버리자 실망했다. 베컴이 부인 빅토리아의 병을 핑계로 훈련장에도 나오지 않자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계속되는 감독과의 불화설 끝에 맨유의 간판스타 베컴은 결국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최근 설기현이 이적한 팀인 풀햄에도 비슷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올 시즌 설기현은 맞트레이드 형식으로 풀햄 소속이었던 리암 로시니어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설기현이 풀햄에 입단 후 첫 연습경기를 하던 현장을 찾았을 때 지역 신문사인 킹스톤 헤럴드의 폴 와벌튼 기자가 설기현의 이적과 관련해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는 20년 동안 풀햄과 첼시를 취재한 기자였다.

설기현은 레딩의 코펠 감독과, 리암 로시니어는 풀햄의 산체스 감독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풀햄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관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자 산체스 감독은 로시니어를 레딩으로 보내고 레딩의 설기현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관계 이전에 감독이 모든 선수를 공평하게 대해야겠지만 감독도 인간인지라 편애하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감독과 선수와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영표가 활약하고 있는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이 스트라이커인 로비 킨을 아끼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토튼햄이 아르노토시스와의 유에파컵 1라운드 1차전에서 6-1의 대승을 거두었다. 후반 교체해 들어간 저메인 데포가 2골을 폭발시켰고 기자들이 데포의 활약에 대해 욜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다. 욜 감독의 첫마디는 "로비 킨이었다면 많은 찬스에서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로비 킨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데포는 감독의 킨 편애에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미들스브러와의 칼링컵에 선발 출전한 데포를 욜 감독은 후반 24분 경쟁자인 로비 킨과 교체시켰다. 물론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이었던 데포는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자기자리의 물병을 걷어차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보여 줬다.

때로는 시간의 경과를 두고 자연스레 관계가 악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팀 운용이라는 전략적 선택으로 감독이 선수와의 관계를 일정 방향으로 형성하기도 한다. 이는 팀 성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어느 선수가 곧 팀을 떠날 것이다'라는 짐작도 가능케 해 준다.

영국 런던=방상열 FIFA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