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프리미어리그 토튼햄과 아스톤빌라가 맞붙었던 토튼햄의 화이트 하트 레인을 찾았다. 토튼햄 클럽 창단 125주년 기념경기로도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영표가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영표의 최근 계속되는 결장에는 이유가 있다. 이영표와 포지션이 겹치는 18세의 신성 가레스 베일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다. 베일은 토튼햄의 왼쪽 수비수로 올 시즌 토튼햄 1000만 파운드(한화 200억여 원)의 이적료로 사우스햄튼에서 영입한 신예이다. 토튼햄으로 이적한 후 총 6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 중인 베일은 현재 팀 내 최고 득점을 올린 선수로 팀의 최전방 공격, 중간 허리 그리고 수비에서 맹활약 중이다. 베일은 웨일즈 국가 대표팀에서도 9경기에 출전해 현재 2골을 기록 중인 기대주이다.

이런 베일의 활약으로 이영표는 지난 9월 15일 아스날과의 홈경기에 선발 출장한 이후 결장이 잦아졌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4경기째 결장했다. 심지어 이영표는 지난달 26일 미들즈브러와의 칼링컵 대결이 있던 날 공식 프로그램 매거진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리고도 정작 경기 출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아스톤빌라와의 홈경기에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베일은 본연의 임무인 왼쪽 수비뿐만 아니라 세트 플레이 상황을 전담하면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베일은 현재 이영표가 맡고 있는 전형적인 풀백 요원이라기보다는 전술적으로 3-5-2 시스템에서의 윙백이 더 어울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능해야 하는 윙백은 엄청난 스태미나를 필요로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4-4-2를 쓰는 토튼햄에서 이영표보다 베일이 계속 경기에 나오는 이유는 토튼햄 마틴 욜 감독의 베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이영표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 베일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어 이영표의 주전확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욜 감독은 팀이 리그 18위에 처지면서 2부리그 강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욜 감독은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소극적이고 수비 지향적인 경기 내용보다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즉 인상 깊은 경기를 구단주와 팬들에게 보여줘야 되는 부담을 늘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베일이라는 카드가 안정된 수비의 이영표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영표 보다 경험이 부족한 베일의 계속되는 기용은 벼랑 끝에 선 욜 감독의 모험이자 승부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험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이날 경기에서 토튼햄은 공격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줬지만 아스톤빌라에 4실점하며 4-4로 비겨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경험이 부족한 베일은 수비진영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뺏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안정적으로 공을 처리하던 이영표가 생각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국 런던=방상열 FIFA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