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의 특별한 감독, 호세 무리뉴가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돌연 사퇴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무리뉴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약체 로젠보리(노르웨이)에 1-1로 비긴 후 사의를 표명했다.

무리뉴의 사임 소식은 스포츠 빅 뉴스가 됐고 각종 추측성 기사들이 TV와 신문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전달됐다. 이영표가 소속된 토튼햄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한동안 눈길을 끌었다. 웬만한 축구스타들도 받기 힘든 이런 관심은 그가 얼마만큼 영국과 유럽의 축구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가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거만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유명한 무리뉴는 2004년 포르투갈의 FC 포르투를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후 첼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영국과 유럽축구무대 제패를 꿈꾸며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쏟아붓던 첼시의 러시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대스타 없이 FC 포르투를 유럽의 왕자로 만들어 놓은 무리뉴의 지도력이 필요했다. 영입을 타진하던 아브라모비치에게 무리뉴는 '당신이 원하는 것이 우승이라면 나밖에 그것을 이루어줄 사람은 없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후 무리뉴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연예인 뺨치는 패션감각, 갖은 독설, 비아냥 그리고 냉소로 전 세계 축구계를 흔들어 놓았고 거만하고 오만한 사람의 대명사로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특이한 언변과 행동으로만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니다. 무리뉴는 맨유나 아스날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평가 받던 첼시에서 185경기를 치르는 동안 124승 40무 21패의 기록으로 첼시를 프리미어리그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만들어 놨다.

재임 3년 동안의 프리미어리그 2회 우승, 영국축구협회컵 1회 우승, 리그 컵 2회 우승, 커뮤니티 쉴드 1회 우승은 무리뉴의 지도력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리뉴는 FC 포르투 시절 성취했던 유럽무대 정상을 화려한 스타들로 채워진 첼시에서는 이루지 못하면서 유럽제패를 강력히 원하던 구단주와 갈등이 시작됐다. 본인이 원하지 않던 선수들을 구단주의 입김 때문에 영입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둘 사이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첼시의 르네상스를 이끌 것이라던 무리뉴가 첼시호에서 하선하게 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무리뉴가 어느 나라, 어느 팀 감독으로 복귀할 것인가와 첼시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공교롭게도 무리뉴가 떠난 첼시는 맨유와의 프리미어 리그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하며 포스트 무리뉴의 암울한 그림자를 보이기 시작했다. 첼시는 맨유와의 지난 다섯 번의 경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 방송인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자 게리 리네커는 전 첼시 주장 마르셀 드자이에게 "이제 첼시가 붕괴하는 것이 아니냐"며 무리뉴가 없는 첼시의 운명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맨유 사령탑 재임 20년을 맞이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부임 초기 해고될 뻔했다. 팀이 원하는 우승컵들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무리뉴가 떠난 첼시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무리뉴가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첼시를 계속 이끌었다면 첼시의 미래는 어떨까.

영국 런던=방상열 FIFA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