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006년까지 부산 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안 포터필드 전 감독이 얼마 전 지병인 결장암으로 사망했다. 한때 부산을 이끌었던 감독이라 한국 축구팬들에게 눈에 띄는 소식이었다.

지난 한 주 영국에서는 포터필드 전 감독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고 포터필드 전 감독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포터필드의 이른 죽음은 그의 가족들과 축구계에 비극이다. 그가 부산 감독으로 있을때 한국의 젊은 선수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것이 엊그제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2일 유로 2008 예선전인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경기에 주간 방송사인 BBC가 포터필드 전 감독의 부고를 알렸다. BBC는 경기 후반전 시작 전에 영정과 함께 포터필드 전 감독에 대해 소개했다. 영국에서 뛴 축구스타들이 타계하면 영국의 공영방송은 뉴스나 축구경기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들의 활약상을 간략하게 재조명한다. 북아일랜드 맨유의 전설 조지 베스트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알란 볼이 사망했을 때도 그랬다.

물론 포터필드 전 감독이 유명세를 날리던 대형 스타가 아니기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영국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영국이 기억하는 포터필드는 1973년으로 되돌아간다. 1973년 잉글랜드 웸블리 스타디움(영국 축구협회 전용 구장)에서 현 프리미어리그의 선덜랜드와 현재 3부 리그에 있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영국축구협회 컵, 일명 FA컵이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컵 대회에서 당시 잉글랜드 축구계의 최강자 중 하나였던 리즈 유나이티드를 맞아 선덜랜드는 미드필더로 나선 포터필드의 헤딩슛이 바로 결승골로 이어지면서 팀 역사상 두번째 FA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37년 이후 36년 만의 일이었다.

영국에서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FA 결승전이 열리는 웸블리 구장에서 혼신을 다해 뛰고 싶고,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FA컵 결승전에 올라가 승리하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한다. 영국에서 FA컵이 가져다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봤을 때, 포터필드의 결승골은 잉글랜드, 특히 선덜랜드 팬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골로 각인되었고 선덜랜드 클럽 역사상 가장 인상 깊은 골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주말 벌어진 선덜랜드와 레딩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역시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선수들은 검은 완장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포터필드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1973년 FA 컵 우승 주역들이 그라운드에 직접 나와 선덜랜드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포터필드를 기억했다.

선덜랜드의 홈구장 전광판에는 전반 31분에 터진 당시 FA컵 결승골을 기념하면서 '선덜랜드 1 v 리즈 유나이티드 0-전반 31분'이라는 문구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박수와 함께 게재됐다. 선덜랜드는 레딩을 맞아 천금 같은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팬들은 최근 4연속 패배의 부진을 벗어나는 계기를 만든 이날 승리가 고 포터필드 덕분이라는 듯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일제히 기립해 '포터필드'를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영원히 기억될 골과 값진 승리를 가는 날까지 팬들에게 안긴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영국 런던= 방상열 FIFA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