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에서는 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사망 10주기 행사가 있었다.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추모행사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있는 다이애나 추모 분수에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가고 특히 사망 1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출판, 다큐멘터리 등도 방송과 지면을 휩쓸었다. 죽은 이에 대한 상품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이애나는 영국이 만들어낸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축구에서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베컴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중흥의 핵심 멤버였던 데이비드 베컴은 축구 선수를 뛰어넘어 영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대형스타가 되었다.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였던 빅토리아와의 결혼은 '베컴'이라는 이름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6강 전 퇴장사건은 베컴을 한순간에 국가 역적으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반대로 영국 국민들의 깊은 애정을 증명했다.

베컴과 관련된 뉴스는 마치 실시간으로 그들의 사생활을 보는 것같이 지면과 방송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고 32세 선수로서 조금씩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지만 인기와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베컴에게는 예외인 듯하다. 물론 매체의 영향도 크다. 10년간의 맨유 선수활동을 마치고 베컴은 2003년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해외 축구 뉴스에 인색한 영국의 TV와 신문들도 베컴과 연관돼 있으면 앞다투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소식을 전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2005년 베컴은 기자회견장에서 스페인 기자들의 질문에 스페인어로 답변했다. 물론 이 장면이 영국 전역에 뉴스로 전파를 탔고 영국에서는 대 논쟁이 시작됐다. 1년여 배운 스페인어가 수준급인가 아닌가, 또 귓속 마이크를 이용한 스페인어 커닝이었다, 아니다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 등이 영국전역을 흔들었다. 또 베컴의 스페인리그 진출 당시 영국에는 갑작스레 스페인어 수강생이 증가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베컴 후광효과다.

이제 베컴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불모지인 미국의 프로축구시장에 진출해 있다. 베컴 혼자만으로는 미국축구의 중흥을 이끌기 어렵다는 시각이 영국에서는 지배적이지만 베컴의 미국진출은 영국 내에서 미국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설기현의 전 소속팀 레딩의 보비 콘베이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보비 콘베이는 현재 레딩의 미국 출신 미드필더이다. 베컴의 미국진출에 대해 미국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더불어 미국의 축구환경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레딩 선수에 대한 인터뷰인지 아니면 베컴과 미국축구에 대한 인터뷰인지 혼란스러웠다.

베컴의 인기는 베컴이 진출해 있는 미국축구에 대한 고정 소개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만약 베컴이 대한민국의 K리그에 진출했다면 영국에서 대한민국 프로축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런던=방상열 FIFA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