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영국에서 뛰는 태극전사들이 새로운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동국은 미들즈브러 입단 후 15경기 출전 만에 기다리던 데뷔골을 터트렸다. 한 번 터지면 계속 터진다는 이동국의 지난 기록이 앞으로의 대활약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유럽진출 6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에 입단했던 설기현도 런던의 한인타운과 가까운 풀햄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무성했던 소문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설기현은 그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를 시작했다. 한편 토튼햄의 이영표는 같은 왼쪽 풀백 포지션의 가레스 베일과의 공생실험이 합격점을 받으면서 주전확보에 청신호가 커졌다.

태극전사들의 새로운 활기는 팀 내 주전경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미들즈브러가 새로 영입한 툰카이 산리, 제레미 알리아디에르 그리고 호삼 미도와의 경쟁구도 속에서 그동안의 골 침묵으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데뷔골은 흔들리던 이동국의 위치를 굳건히 다지면서 동시에 주전경쟁에도 새 희망을 던졌다. 당일 경기를 중계한 BBC 라디오 해설자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동국이 미들즈브러의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은 것이다. 자신감을 되찾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동국의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골에 상당한 의미를 두기도 했다.

설기현의 풀햄 이적에서도 레딩에서 한동안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아쉬움을 읽을 수 있다. 같은 포지션의 글렌 리틀과의 주전경쟁 속에 이유 없이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는 일이 잦아지자 결국 감독이 청하는 악수를 거부했던 일명 '악수 파동'도 있었다. 풀햄으로 이적이 확정된 다음날 풀햄과 토튼햄의 런던 더비 경기를 관전한 설기현은 "레딩 코펠 감독과의 관계는 좋았고 잘 마무리하고 나왔다. 반드시 풀햄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며 새 둥지에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 축구의 특성상 그리고 다른 어떤 리그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잉글랜드 무대의 특성상 주전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한 선수가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없고 서로 교대해 가며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의 출전 리스트에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선수 그리고 팬들의 마음에 영원히 각인되는 선수가 되려면 가능한 팀 내 같은 포지션 선수와의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지켜야 한다.

물론 팀 내 주전 경쟁이 반드시 실력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 곤잘레스는 국민적 영웅 칭송을 받는 스트라이커이다. 라울의 이러한 인기 때문에 웬만한 주전급 스타들도 그와의 주전 경쟁에서 종종 밀리곤 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페르난도 모리엔테스(현 발렌시아)는 258경기에 나와 125골(경기당 0.48골)을 넣었다. 447경기에 나와 196골(경기당 0.44골)을 성공시킨 라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라울이라는 그늘에 가리면서 레알에서는 영원한 2인자였다. 2004년 리버풀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현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라울의 명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적 1년 만에 잉글랜드로 되돌아와야 했다.

영국 런던=방상열 FIFA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