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태극전사 설기현, 이영표가 소속된 레딩과 토튼햄의 연습구장을 찾았다.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잉글랜드 호그우드라는 곳에 마련된 레딩의 연습구장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그 위치를 단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구단 연습구장은 외부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있다.
지난 시즌 클럽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레딩은 2년차답게 올 시즌 구단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준 모습이 엿보인다. 편의 시설이 확충돼 선수들이 연습과 휴식을 함께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구단이 경기가 있기 이틀 전쯤 언론에 훈련모습을 공개하고 감독과 선수가 기자회견을 갖는다. 레딩도 지난 23일 볼튼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언론에 연습구장을 공개했다. 안타깝게도 에버튼과의 홈경기에서 허리를 다친 설기현은 연습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신 실내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있었다.
최근 불거진 이적소문과 부상여파로 인터뷰가 금지된 설기현이 잠시 실외로 나오는 틈을 타 허리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언제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설기현이 결장한 지난 26일 볼튼전에서 레딩은 0-3으로 완패했다.
레딩의 공개 연습경기 다음날 이영표가 소속된 토튼햄 핫스퍼의 연습구장을 방문했다. 런던 북부의 치그웰에 있는 토튼햄의 연습구장에 많은 취재인파가 몰렸다. 최근 불거진 마틴 욜 감독 경질설과 맨유전을 앞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내외신 기자들이 욜 감독과 저메인 지나스에게 여러 가지 질문 공세를 퍼붓는 중에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한 기자가 더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지나스에게 지난 경기에서 골 넣은 것에 대해 소감을 묻자 "골을 넣은 것도 기쁘지만 시즌 초반 부진했던 팀이 다시 하나로 된 것 같아 좋았다"는 답과 함께 "지난 경기에서 이영표의 움직임이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더비를 4-0으로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스는 이어 "이영표는 팀에 산소 같은 존재이고 팀이 이기는 데 기여도가 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상투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기자의 질문과 상관없이 팀 동료가 이영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에서 이영표의 팀 내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전술 위주의 연습경기 후 이영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맨유를 상대로 그것도 원정경기라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토튼햄은 0-1로 무릎을 꿇었지만 이영표는 팀 내 같은 포지션인 베일과의 주전경쟁 속에서도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고, 스카이 스포츠로부터 '견고한 수비'라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의 높은 점수도 받았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영국런던=방상열 통신원 FIFA 에이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