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시즌 초반부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팀당 3경기를 소화했고 경기가 많이 남아 있는 장기 레이스지만 지난 시즌 '빅 4'의 부진과 반대로 약체 팀들의 도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주말 가진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 결과 아스날은 블랙번과 1-1로 비겼고, 첼시와 리버풀의 라이벌 대결도 1-1로 끝났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와의 더비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패하면서 초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맨유가 리그 16위, 아스날이 7위 그리고 리버풀이 9위로 리그 강호의 이미지답지 않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고, 호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만이 리그 2위로 간신히 체면을 살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팬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시즌 14위였던 맨시티가 이번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리며 리그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는 점이다.

시즌 개막전, 맨시티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태국 출신의 갑부이자 전 총리인 탁신이 맨시티를 인수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떠난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빈자리를 전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메우고 있다.

당초 구단 인수과정에서의 어수선함과 감독 교체로 인해 구단, 감독 그리고 선수단이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리그 개막 이후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돌풍에는 이번 시즌부터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에릭손 감독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면서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 등 주요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비난이 있기는 하지만 프로팀 감독으로 활동했던 스웨덴,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한 시즌 2관왕(리그와 컵대회)의 업적을 이룬 유일한 감독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명장 중 한 명이 바로 에릭손 감독이다.

앞으로 맨시티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몰라도 에릭손 팀의 초반 대약진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았던 초반과 많이 닮았다. 지난 2000년 잉글랜드는 대표팀이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대표팀 감독이었다.

이는 맨유에 눌려 만년 2인자로 전락해 있고 최근 부진한 성적을 탈출하기 위해 태국자본을 전격 유치한 데다 영국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에릭손 감독을 영입한 맨시티의 움직임과도 비슷하다.

이러한 움직임뿐 아니라 성적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팬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특히 지난 2001년 벌어진 앙숙 독일과의 원정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둔 뒤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영원한 지역 라이벌인 맨유를 1-0으로 누른 것처럼 초반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에릭손 감독은 이후 각종 스캔들과 약체 팀들에게 패하는 부진으로 2006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잉글랜드 감독에서 물러났다. 맨시티에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릭손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수순을 밟아갈 지 아니면 다른 행보를 보일지 팬들의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

FIFA 에이전트 영국 런던= 방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