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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복싱 동호인이 체육관에서 정확한 타격 기술을 익히기 위해 미트치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대회 출전 손복기씨
제45회 회장기 타기 신인선수권대회 60㎏급에 출전하는 손복기(25·사진) 씨.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던 도중 인터뷰에 응한 손 씨는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한 경기만이라도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그는 지난해 7월 복싱을 하기 시작해 11월 시장배 최고선수권대회에 나가 첫 시합에서 쓴 잔을 마시고 이번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손 씨는 "지난 대회때 아쉬운 점이 많아 이번 대회에 대비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면서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보자는 다짐의 시험장이기도 하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술을 자주 먹게 되면서 몸이 무력해지는 것을 느껴 운동의 필요성을 인식, 평소 호감을 갖던 권투체육관을 찾게 됐다고 한다. 손 씨는 "복싱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최종 목표는 대회 1등을 한 번 해보는 것"이라고 밝히며 환히 웃었다.
# 입문 4개월 이유정 씨
실내인테리업을 하는 이유정(여·25·사진) 씨는 운동삼아 권투에 입문한지 4개월째다.
이 씨는 요즘 샌드백치기에 푹 빠져있다. 그는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칠 때 느끼는 짜릿한 기분은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만한 운동은 없다"고 말한다.
이 씨는 "남자가 하는 운동이란 선입견 탓에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일단 시작하니 하루하루 자세와 기본동작을 배우면서 지루하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복싱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그는 체육관에 나오면 하루 평균 1시간에서 1시간30분가량 운동을 한다. 다른 운동보다 많이 땀을 흘리기에 여성들이 원하는 다이어트 효과 역시 만점이란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무언가 개운치 못하다"고 말하는 이 씨는 "복싱은 이제 건강을 다지는 나의 취미이자 생활의 활력소라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70~80년대 최고 인기 스포츠에서 90년들어 쇠락
- 최근 건강 열풍 타고 체육관마다 남녀노소 북적
- 아마추어대회 해마다 인기… 생활체육 자리매김
복싱체육관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 열풍을 타고 요즘 복싱이 생활체육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때 주먹 하나로 호구지책으로 삼고, 나아가서는 출세길인 챔피언을 꿈꾸며 글러브를 끼던 궁핍했던 70, 80년대와 사뭇 달라진 풍경이기도 하다.
'거칠고 배고픈 운동'의 대명사로 여겨지면서 90년대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전문 선수양성 위주 복싱이 누구나 즐기면서 건강을 지키는 운동으로 거듭나면서 사라져가던 체육관이 속속 생기는 등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평소 복싱체육관에서 땀 흘리던 부산지역 순수 아마추어 복싱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다. 오는 28, 29일 열리는 제45회 부산시 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기타기 신인선수권대회가 그것.
대회 참가 선수들은 각자 생업이 있는 사람들. 이들은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시합에 쏟아부으며 자신을 시험하게 된다.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이를 거울 삼아 단 1승을 위해 다시 몸을 만드는 자기와의 어려운 싸움에 나선다. 복싱이 이제 보는 운동에서 스스로 즐기는 생활체육이 된 것.
부산은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권투 열기가 상당했다. 극동체육관, 한일체육관, 광무체육관 등이 유명 선수 배출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 당시 구덕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리면 암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설 만큼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우리 사회의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 전반적 분위기에 따라 쇠퇴 길을 걷게 됐다. 체육관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90년대 말에는 급기야 체육관이 9개로 줄어들었다가 최근 3년 사이 체육관이 부쩍 늘어 현재 26개 곳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부산시 아마튜어복싱연맹은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일반 복싱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인식과 중장년층의 향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복싱계에서 보고 있다.
현재 권투체육관들은 선수 양성도 일부 하지만 일반인 상대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하지 않으면 운영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즉 20, 30년전 선수 양성이 주가 되던 것에서 건강관리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각 체육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남녀 구분 없이 누구든 쉽게 배우며 권투의 맛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부산의 한 체육관의 경우 '40분 프로그램'이란 것을 만들어 수련생에게 가르치고 있다. 먼저 몸을 푸는 스트레칭에다 줄넘기, 기본동작인 잽 스트레이트 스텝밟기, 새도복싱 등으로 짜여져 있다. 3주를 지나면 샌드백치기 펀치볼치기 등을 하게 된다. 일부 체육관은 여성들을 겨냥해 복싱 에어로빅도 만들었다.
복싱은 유산소 운동인 데다 운동량이 많아 심폐기능에 좋고 특히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샌드백을 두드리면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해운대 아쿠아리움에서 아쿠아리스트(물고기 사육사)로 일하고 있는 이수영(여·27) 씨는 지난해 5월 집 근처 체육관에 입문해 지금 복싱 매니어가 됐다. 이 씨는 "짧은 시간에 운동량이 많아 그 어떤 운동보다 건강효과가 뛰어난 것 같다"며 "결혼을 해도 남편과 함께 계속 운동할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지난해 11월 비록 전시종목이지만 전국체전에 부산대표로 나서 여자 복싱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최용호(13·부산 연산중1) 군 역시 집 인근 체육관에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때부터 다녀 그동안 키가 7㎝ 자랐으나 몸무게는 46㎏ 그대로라며 운동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랑한다.
35년째 체육관을 꾸려가고 있는 김인겸(57) 동부권투종합체육관장은 "선수가 되려는 사람보다 운동 그 자체를 위해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옛날 엄격한 도제식 수련을 고집하기보다 생활체육용 권투 프로그램 위주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싱 대회
부산에서 아마추어 권투인들을 위한 대회가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 열린다. 매년 3월 복싱연맹회장기 타기 신인선수권대회와 11월 부산시장배 최고선수권대회다. 이번 대회는 신인선수권대회다. 45회 연륜이 말해주듯 80년대 초까지 우수 선수 선발전이었으나 복싱의 쇠락과 함께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지금은 아마추어 동호인간 시합 성격이 더 짙다.
이 대회에는 체육관에서 운동한 사람이면 운동기간에 관계 없이 관장과 상의를 거쳐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단 복싱연맹에서 안전을 위해 34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또 시합 1시간 전 혈압 측정을 엄격히 실시한다. 시합 도중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심판은 5심제이며 예선은 2분 3라운드로, 결승전은 2분 4라운드로 치러진다. 체급은 45㎏부터 91㎏까지 12체급으로 나눠진다. 올해 참가자는 일반부 84명에 중등부 28명으로 모두 112명이다. 지난해 80여 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일반부 연령층을 살피면 20대 44명, 30대 30명이며 여자도 4명이 출전한다.
부산시 아마튜어복싱연맹 이홍근(51·부산 미용고 교사) 전무이사는 "복싱 인구 저변 확대로 자신의 기량 검증과 또다른 성취욕을 위해 링에 오르는 일반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