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부산태권도협회장

지난달 초 부산시청에서 있었던 전국체전 부산선수단 출정식 자리다. 행사장 입구에 거구의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동아대 태권도학과 문대성 교수였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우승자다. 또 한 사람이 부산태권도협회 김성태(59·㈜코르웰 대표이사) 회장이었다. 문 교수가 190㎝의 키에 약간 호리호리한 체격인 반면 김 회장(184㎝ 90㎏)은 키는 약간 작지만 체구는 우람한 편이다. 태권도인 두 사람이 마치 장승처럼 서서 출정식을 수호하던 듯한 기억이 난다.


김 회장은 체격 만큼이나 눈도 입도 손도 크다. 목소리 역시 카랑카랑한 데다 기본적으로 톤이 높다. 잡음 많은 태권도협회를 맡기에 일단 외모상으로 더없는 적임자로 보인다. 게다가 태권도 유단자다. 대학 졸업(해양대 기관학과)후 해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해외취업선의 기관사·기관장으로 10년 가까이 근무하는 등 풍파가 거센 바다에 이골이 난 탓인지 바람잦기로 유명한 협회에서 만 5년을 끄떡없이 버티며 협회를 제 궤도에 올려 놓았다.

김 회장이 태권도협회장을 맡은 것은 지난 2001년 9월. 당시 협회는 불미스러운 일로 회장이 공석이었고, 사고단체로 분류돼 부산시체육회에서 직접 관리하는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당연직 부산시체육회 회장인 안상영 시장의 측근으로부터 협회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뜻 나섰다.

"대학 재학중 태권도 공인 3단의 자격으로 부산시내 5개대학 체육대회에 미들급 선수로 출전하는 등 태권도와 원래부터 인연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태권도에 관심이 있었고 기회만 온다면 협회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제안이 왔다."

나름대로 태권도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 겁도 없이 협회를 맡았지만 만만치 않았다.

"막상 협회에 들어와보니 바깥에서 생각하던 것과 너무 달랐다. 공식적으로 없어졌다던 태권도의 8개 주요 도장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계파가 여전히 존재했다. 협회 임원들은 회계 등에 대한 개념이나 책임의식이 약했고, 한번 결정된 사항도 뒤집어지기가 예사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다."

김 회장은 먼저 재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현역 공인회계사를 협회의 감사로 영입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 간판 문대성(왼쪽)이 80kg 이상급 결승에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맞아 발차기를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자료사진

"단 돈 10원 한 장이라도 수입과 지출의 근거를 분명히 밝히도록 했다. 그 결과 무엇보다도 협회의 살림살이가 풍족해졌다. 취임 당시 5억 3000만 원이던 협회 기금이 지금은 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주 수입원인 승단심사비가 늘어나는 등 내외 여건이 도와주었다."

김 회장이 재임 초기 공식적으로 협회에 낸 출연금은 연간 3000만 원이었다. 공식 출연금 외에 과외 지출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부산시내 700여 개 체육관에 수만명의 수련생이 있는 협회의 단체장 치고는 의외로 적은 규모다. 그것이 지난해에는 1000만 원으로 또 줄었다. 협회 살림살이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많은 돈이 나올 이유가 없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태권도의 세계화다. 조선소를 운영하면서 각국을 많이 다닌 때문인지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 협회 운영 등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조심하던 김 회장도 여기서는 거침이 없다.

"회장 취임 후 특히 우리 부산과 같은 해양도시와의 협회간 자매결연을 적극 추진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중국의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는 이미 체결했고, 마닐라 싱가포르 시드니 웰링턴 등과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 남녀 대표선수단 9명이 도하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한달간 부산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 이런 노력들이 태권도 세계화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한다."

김 회장의 화살은 정부에게도 쏟아졌다.

"태권도공원 입지가 전북 무주로 결정된 것은 잘못이다. 무주는 인천공항 부산공항에서도 최소한 3~4시간이 걸리고, 겨울철에는 육상 교통편마저 불편하다. 접근성이 부산보다 훨씬 못하다. APEC을 부산에 줬으니 태권도공원은 무주에 주자는 식의 정치적 논리가 태권도의 세계화를 갉아먹은 것이다. 아쉽다."

김 회장은 지난 5월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국기원 산하 태권도시범단 17명을 이끌고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했다. 국기원이 이처럼 대대적인 시범단을 해외에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부산협회의 수장인 데다 외국어도 어느 정도 가능해 단장을 맡았다.

"회사 설립후 20년 동안 해외출장이 많았지만 한 번에 열흘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회사 일도 아닌 태권도 일로 무려 20일 동안이나 다녀왔다. 태권도 공연만으로는 자칫 외국인들에게 딱딱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사물놀이 공연단도 함께 갔다. 현지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영국에서는 피카딜리 극장에 올리자는 제안까지 받았다. 태권도가 최소한 2016년 올림픽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그런 맥락에서 문대성 교수가 지금이라도 외국유학 등을 통해 세계적인 스포츠 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이 문 교수 개인은 물론 한국 태권도와 한국 스포츠를 위해 훨씬 나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협회를 경영마인드 차원에서만 운영한다든지,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보다는 생활체육 쪽에 치우친다든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성공적으로 출항한 '김성태 호'가 만선으로 무사귀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 종주국 찾는 외국 학생들 먹이고 재울 데가 없다

- 최대숙원은 전용회관 건립


부산태권도협회의 최대숙원은 전용회관 건립이다.

이는 김성태 회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이 종주국이다보니 외국의 태권도 수련생이 부산에도 많이 찾아온다. 특히 협회와 자매결연 관계인 상하이나 블라디보스톡의 경우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이 대거 방문한다. 연습장은 각급 학교 체육관을 이용하는 등 여지가 있지만 숙식 문제는 늘 골치거리다. 방학 두 달간 어디서 먹이고 어디서 재워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텔이나 여관은 비용이 엄청나다. 식사 역시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숙식 문제 때문에 연수를 오겠다는 외국협회의 요청을 거절할 적도 있다.

협회 박가서 전무이사는 "기숙사 연습장 식당 등을 갖춘 전용회관을 건립하면 이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도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200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지만 부지 문제가 매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연녹지 2000~3000평 정도만 확보되면 최소한의 규모라도 건립이 가능할 것 같아 협회차원에서 여러차례 부산시에 건의했으나 뚜렷한 진척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기장군청과 군유지 1만8000여평 매입을 협의하는 등 실마리가 풀릴 것 같았으나 해당 부지가 국립원자력병원부지로 고시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타시도의 경우 경북태권도협회가 올해 영천시에 40억 원을 들여 전용회관을 건립했다. 또 경기도가 설계를 마쳤고, 경남도 추진중이다.

협회는 또 승단심사의 경우 잡음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처방을 했다. 심사위원 3인의 좌석을 격리시켜 서로간의 대화를 차단했고, 심사장에 휴대전화 반입도 금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