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금품 수수 의혹과 협회 관계자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어수선한 부산시수영연맹이 문제의 당사자들에 대해 징계를 서두르는 등 진상규명보다는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일 처리를 보여주고 있다.

연맹은 최근 상벌위원회(위원장 이성철 상임부회장)를 열고 금품수수 관련 의혹을 샀던 A, B 씨에 대해 연맹의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직을 직위해제했다.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중인 A 씨에 대해서는 추후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추가 징계키로 했다. 또 성추행 의혹의 C 씨에 대해서는 회장 명의의 강력한 경고 조치와 함께 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첫 번째 의문점은 A 씨와 함께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B 씨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다. A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하다고 하겠으나 B 씨는 경찰 조사의 대상이 아니다. 부산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오른 투서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학교 측에서 이미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을 했고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로부터 공개사과까지 받았다. 그런 B 씨를 A 씨와 묶어 함께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일방 당사자의 의견만 듣고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금품수수 건의 경우 상벌위원회가 회의 자리에 당사자들을 불러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성추행 관련 사안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해당 선수와 학부모 측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성추행 의혹을 사고 있는 C 씨의 증언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C 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C 씨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각서 제출 징계가 내려진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본인의 주장이 맞다면 터무니없는 징계라고 하겠다. 단순히 협회 간부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안의 성격이나 본인이 직접적인 분쟁의 당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의적 책임을 운운할 사안이 아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연맹 내의 파워 싸움이 불씨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모든 의혹을 해소하는 일은 연맹의 의무이자 권리다. 서둘러 사태를 매듭짓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