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전북 현대의 염기훈이 후반 13분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첫 골을 터트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현대가 세계 클럽축구 월드컵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알 카라마(시리아)를 맞아 후반 터진 염기훈과 보띠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오는 8일 시리아 원정에서 한 골만 넣는다면 세 골을 내줘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부터 준준결승, 준결승까지 상하이와 울산을 상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힘겹게 결승에 오른 전북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2회 연속 아시아클럽축구를 제패했던 알 이티하드(사우디)를 8강에서 누른 알 카라마의 전력은 예상보다 탄탄했다.

전반전은 지난달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시리아의 2007 아시안컵 예선전의 복사판이었다.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던 시리아는 측면은 비워둔 채 중앙에 5~6명의 수비를 포진시키는 전법으로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한국은 측면 크로스를 잇따라 올리는 등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도 밀집수비에 막혀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이날 알 카라마도 전북의 공격을 측면으로 몰았다. 측면 공간을 비워주는 대신 두꺼운 중앙 수비로 전북의 크로스를 모조리 걷어낸 것이다. 이 같은 작전에 말린 전북은 볼 점유율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등 공격을 주도했지만 전반 내내 유효슈팅을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하는 졸전을 거듭했다.

알 카라마는 또 수비에 치중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경기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취해 전북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전반 6분과 7분 전북의 오른쪽이 뚫리면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후반들어 전북 최강희 감독이 보띠를 투입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보띠가 미드필더 중앙에서 공수 연결고리를 맡으면서 측면에 집중되던 전북의 공격은 시리아의 중앙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는 염기훈 김형범이 포진한 전북의 양 날개가 살아나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후반 13분 염기훈의 결승골로 연결됐다. 염기훈은 미드필드 중앙에서 올라온 패스를 절묘한 트래핑으로 알 카라마의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골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챔피언스리그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던 알 카라마 수비를 무너뜨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북은 후반 45분 보띠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