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만 있다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가 심판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주심과 부심을 싸잡아 열두번을 땅바닥에 패대기친다 해도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은 이미 내려졌다. 휘슬은 울렸고 경기는 그렇게 아쉬움 속에 끝났다.

한국축구의 독일 월드컵 대장정은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의 출신국인 스위스를 맞아 0-2로 패하면서 마무리됐다. 애매한 판정이 많았고 한국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웠다.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분했다. 그러나 그것이 축구고 승부다.

아드보카트호는 독일에서 월드컵 원정 첫 승이란 값진 성과를 일궜고, 세계 최강의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승1무1패란 성적표도 그렇게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토고에게 거둔 극적인 역전승이나 프랑스를 후반 막판 거세게 몰아치면서 동점골을 얻어낸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때문에 다음 월드컵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아직 독일월드컵도 한참 남았지만 내일 당장 새로운 월드컵이 개막된다면 그 뜨거운 열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이제 남은 일은 한국축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 축구를 9개월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위스와의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K리그에 대한 견해를 몇차례나 반복해서 밝혔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K리그가 향상돼야 한다"는 요지였다. 외신 인터뷰에서도 그는 "한국 대표팀에는 재능을 갖춘 스무살짜리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한국은 희망이 있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 한국이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K리그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또 한국 축구팬 누구나가 다 아는 말이다.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을 다시 새겨 들어야 한다. 우리는 전 대회 4강진출 국가이면서도 16강 진출조차 실패했다. 토고와의 허둥지둥하던 전반전을 생각해보자. 프랑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상황을 되짚어보자. 그나마 0-2로 패했지만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가 한국축구의 색깔을 조금 드러냈을 뿐이다. 그만큼 우리는 시작부터 얼어 있었고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K리그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16강 진출 실패가 아쉽다면 국가대표 경기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K리그에 애정을 쏟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 열정을 불살랐다면 당신은 분명 애국자다. 하지만 프로경기에 관심이 없다면 미안하지만 진정한 축구팬은 아니다. K리그가 재미없어서 안 간다고? 그렇다면 경기장에 가서 제대로 하라고 고함이라도 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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