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월드컵 16강은 무엇인가.

체코의 축구영웅이자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벨 네드베트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후 (현지시간)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꼽히는 C조 못지 않게 강팀들이 몰려있던 E조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관심의 초점은 네드베트가 버틴 체코와 이탈리아의 경기에 모아졌다. 1승1무를 기록중이던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었고 1승1패의 체코는 반드시 이겨야 16강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였다. 결과는 전반 막판 폴라크가 퇴장당한 체코의 0-2 완패였다.

유럽 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네드베트였지만 그의 월드컵 여정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그는 2003년 유럽 최고의 선수로 뽑혔고, 유로2004에서 체코를 4강으로 이끌었다.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유벤투스의 핵심이자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힌다.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번이 월드컵 처녀 출전이었던 이 노장은 이날 체코를 구하기 위해 유효슈팅만 4차례나 쏘아댔지만 이탈리아 대표팀 골키퍼이자 유벤투스의 동료인 부폰을 뚫지는 못했다.

네드베트는 이탈리아에 패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동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했다. 독일 현지의 월드컵 중계 TV는 고개숙인 네드베트와 미국을 2-1로 제압하고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가나선수들을 교차해 내보냈다. 가나선수들은 미국을 이긴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둘러앉아 서로를 얼싸안으며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32개국이 출전하는 월드컵대회에서 조별예선 통과는 세계 축구 16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13위의 이탈리아와 48위의 가나가 올라가고, 2위의 체코는 떨어졌기 때문은 아니다.

축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이다. 월드컵 각조의 마지막 경기가 진행되면서 희비는 계속 엇갈리고 있다.

16강 탈락이 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월드컵이란 이 거대한 축제에 주인공으로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고도 최고의 무대에서 구경꾼으로 밀려나는 것은 그들에게 고통스런 일이다. 그것은 선수뿐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다. kyh73@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