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비겼지만 응원은 이겼다. 대한민국이 '레 블뢰' 프랑스를 상대로 값진 무승부를 일궈낸 데는 붉은 악마의 힘이 컸다.

19일 독일월드컵 예선 G조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라이프치히 젠트랄 슈타디온에는 4만3000여 관중석이 꽉 들어찼다. 붉은악마는 킥오프 2시간여 전부터 본부석 왼쪽에 자리를 잡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수적으로는 프랑스 원정대가 많았다. 붉은악마 반대편에 프랑스 응원단이 둥지를 틀었다. 경기장 전체의 색깔은 푸른색이 주조를 이뤘다.

경기 시작을 40여 분 남기고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붉은악마는 '대~한민국'과 아리랑으로 태극전사들의 전의를 북돋웠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소개될 때는 경기장이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전반 내내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대표팀은 긴장한 탓인지 잔 실수가 많았고 결국 프랑스에 경기 시작 9분 만에 선취골을 내주고 말았다. 실점 이후에도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관중석의 분위기는 달랐다. 붉은악마는 프랑스의 서포터스를 압도했다. 프랑스가 좋은 찬스를 잡아 함성을 보내면 붉은악마는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프랑스 응원단의 함성은 붉은악마의 '대~한민국' 구호와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에 간단히 묻히고 말았다. 붉은악마가 잠시 응원을 쉬면 프랑스가 이때를 틈타 목소리를 냈지만 1만여 명의 붉은악마들은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는 간단하다. 프랑스 응원단은 경기를 보러 왔지만, 붉은악마는 응원을 위해 원정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후반 한국이 공격적으로 나서 경기 분위기가 반전되자 붉은악마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결국 조재진과 박지성의 합작으로 동점골이 터지자 젠트랄 슈타디온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반면 프랑스 응원단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세가 오른 붉은악마는 경기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경기가 '승리와 같은 무승부'로 끝나자 붉은악마는 자리를 뜰 줄 몰랐고, 축제 분위기는 경기장 밖으로 이어져 라이프치히는 붉은악마의 축제의 광장으로 변했다.

대표팀 수비수 김영철은 "붉은악마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특히 후반에는 붉은악마가 뒤에서 힘을 북돋아 주는 바람에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yh73@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