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전은 아드보카트 감독 전략의 승리였다. 세계 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처음부터 비긴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경기를 운영했다. 김남일 이을용 이호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스타팅 멤버로 출전시킨 것은 무승부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후반 30분까지 75분 동안 펼친 것이 주효했다. 결국 태극전사들의 투지와 정신력이 동점을 이끌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점골을 얻은 것은 한국 축구의 힘이다.

모두 잘했지만 조재진과 박지성을 특히 칭찬하고 싶다. 조재진은 토고전보다 훨씬 나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수비수 1~2명을 달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었고 공중볼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동점골도 조재진의 헤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별 예선 2경기를 보면 한국의 공격 패턴이 사이드 돌파보다 후방에서 최전방 타깃맨 조재진을 목표로 한 롱패스가 많았는데 이 부분도 역시 공격 루트가 단순했다기보다는 역습을 노리는 전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박지성은 조재진이 만들어준 공간을 영리하게 침투해서 결국 동점골까지 뽑아냈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더 칭찬이 필요없다.

쓴소리도 하고 싶다. 역시 수비문제였다. 전반 앙리에게 선취골을 내준 것은 불운도 작용했지만 따지고 보면 중앙수비수들이 자기 마크맨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커버플레이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후반 막판 또다시 앙리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준 것도 똑같은 장면이다. 지단이 패스할 때 앙리는 마크맨 없이 무인지경이었다. 커버플레이를 하는 수비수도 없었다.

프랑스전까지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생각대로 진행됐다. 스위스전이 남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프랑스는 지단이나 앙리처럼 특출난 기량을 가진 해결사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스위스는 팀 플레이를 펼쳐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다. 힘이나 속도도 한국보다 뛰어나고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역습도 뛰어나다.

스위스를 상대할 때는 패스미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신장과 힘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어 세트피스를 조심해야 하고 아예 골지역 근방에서는 파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위스도 약점이 있다. 최종 수비수의 뒷공간이 자주 열린다. 스위스는 최종 수비수들이 전진 배치돼 있고 상대적으로 체격이 커 수비 전환이 느리다. 아직 16강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다. 스위스전에 대한 강한 정신 무장이 필요한 때다. 부산 아이파크 감독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