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3일 밤 열린 토고전에서 2-1 역전승을 이끌어냈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맞붙어야 할 상대인 프랑스와 스위스의 전력이 예상대로 강했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트사커' 프랑스의 전력은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었고, 대등한 경기를 펼친 스위스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한국은 토고전에서 같은 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전반과 후반에 다른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와 스위스전에 대비하기 위해 후반은 제쳐두고 무기력했던 전반 상황만 따져보자.

전반 졸전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스리백.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후 포백을 구사했다. 그런데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 토고전에서 오히려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스리백을 내세웠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 선취골을 내줄 때 2명의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이유가 있다. 스위퍼로 출장한 김영철은 원래 소속팀 성남 일화에서는 포백의 중앙수비수로 뛴다.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계기도 포백수비수 요원이기 때문이다. 스위퍼 포지션이 맞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골까지 내줬다.

또 하나. 박지성을 활용하는 전술적인 색깔이 전혀 없었다. 전반에는 박지성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것은 박지성을 이용하는 다양한 공격 옵션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견고한 포백과 기술적으로 뛰어난 미드필드진을 보유했다.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스위스는 유럽팀 중 가장 조직력이 뛰어난 팀으로 보였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포백수비수 중 양쪽 윙백의 공격 가담률도 높고 크로스의 정확도도 생각 이상이었다.

한국이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완벽한 팀은 없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놓고 보면 프랑스에 더 큰 빈틈이 노출됐다. 알려진 대로 주전들의 노쇠화다. 미드필드의 지단이나 비에라가 예전 같지 않았다. '킬러' 앙리도 지쳐 보였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수비를 강화시켜 프랑스의 체력을 떨어뜨린 뒤 후반 빠른 역습을 펼친다면 프랑스전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프랑스나 스위스를 맞아 싸울 때 태극전사들이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은 토고전에서 볼 점유율이 높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은 주로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많았다. 이렇게 해서 볼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속빈 강정이다. 볼은 가능한 한 상대진영에서 소유해야 한다. 그래야 찬스를 만들 수 있고 볼을 빼앗기더라도 역습에 대비할 수 있다. 부산아이파크 감독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