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SMC(stadium media center)다. 이곳은 대회 시작 전 미리 출입증을 받지 않으면 출입이 통제된다. 기자석은 스타디움 본부석 중앙에 마련돼 경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이 월드컵 원정 첫승에 성공하던 지난 13일 기자석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프랑크푸르트 발트 슈타디온 기자석에는 한국언론과 외신 등 이날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당사자인 한국과 토고 기자들이 많은 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반면 독일 등 기타 국가들의 기자들은 주변에 앉은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한산한 분위기.

경기 시작 1시간여 전 이날 출전선수 명단이 배포됐다. 경기 30여 분을 남겨두고 한국과 토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몸을 풀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진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면 시선은 그라운드와 노트북에 고정된다. 대부분 기자들은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노트북이나 취재수첩에 부지런히 메모를 한다.

기자석 앞에는 일반 TV와는 다른 화면이 제공된다. 여러 각도에서 잡은 경기 장면이 쉴 새 없이 되풀이된다. 이날 토고의 선취골 때 중앙선 부근에서 패스를 누가 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대형화면에는 골 장면만 나왔을 뿐 결정적인 패스를 누가 넣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뒤편에서 잡은 화면이 나오면서 15번 로마오의 패스였다는 게 판명됐다.

골이 들어가면 기자들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지자 한국 기자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고 서로를 얼싸안기도 했다. 너무 좋아하다 골 들어간 상황을 잊어버려 주위에 물어보기도 한다.

김용호 기자

한국이 이천수와 안정환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자 분위기가 들떴다. 하지만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서 머리는 더 차분해져야 한다. 후반 막판 경기 흐름이 갑자기 바뀌거나 승부가 뒤집히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동안 작성해 놓은 기사들이 물거품이 되고 많은 분량을 다시 써야 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경기가 끝나면 기자들은 믹스트존으로 이동한다. 월드컵 같은 대규모 행사의 경우 경기마다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든다. 몇몇 기자만 인터뷰룸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믹스트존에서 TV화면으로 중계되는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취재를 한다. 이곳에는 미로처럼 생긴 좁은 길이 있고 경기 후 옷을 갈아입은 선수들이 한 명씩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늘어지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 김용호기자 kyh73@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