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의 태극 전사들이 9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팀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를 뛰며 몸을 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 징크스를 깨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축구도 숨기고 싶은 아킬레스건이 있다. '유럽 징크스'다. 독일월드컵에 출사표를 던진 아드보카트호의 태극전사들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유럽 징크스 깨기다.

이와 관련, 2006 독일월드컵 인터넷 홈페이지는 9일(한국시간) '유럽 징크스에 도전하는 아드보카트'라는 기사를 올렸다. 유럽 원정에서 유독 약한 징크스가 적어도 한국만의 비밀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유럽 현지에서 가진 2차례의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 유럽 징크스가 되살아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도대체 유럽 징크스는 얼마나 한국의 발목을 잡았을까. 한국은 2002년 월드컵까지 총 6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 중 유럽에서 개최된 월드컵이 3회. 한국의 월드컵 총 전적은 4승5무12패다. 이 중 유럽에서 열린 3차례의 월드컵에서는 1무7패에 불과하고 비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4승4무5패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은 월드컵 역사에 첫발을 내디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0-9)와 터키(0-7)전에서 참패를 당하며 유럽 징크스를 만들었다. 두 번째 유럽 월드컵에 도전했던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한국은 예선전에서 한 수 위의 기량으로 30골을 넣고 단 1골만 내주며 9승2무를 기록, 본선 기대를 한껏 부풀렸지만 3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도 마찬가지.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하석주가 선취골을 넣고도 백태클로 퇴장당한 뒤 유럽 징크스에 시달렸고 예선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무승부를 기록, 무려 유럽 개최 월드컵 8경기 만에 첫 승점을 올렸을 정도다.

반면 안방에서 열린 2002년을 제외하더라도 비유럽 월드컵에서는 3무3패로 유럽처럼 죽을 쑤지 않아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6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모두 유럽 2개 팀과 같은 조에서 맞붙어 유럽의 발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렇게 유럽 월드컵에서 약했을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대표팀 수비수로 참가했던 최영일 현 동아대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예선전을 갖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스탠드가 온통 오렌지 색이었다. 선수들 대부분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놀랐고 주눅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즉 독일 월드컵에서 유럽팀을 만난다면 한국은 원정팀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세계 축구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팀들에 대한 정보 부족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록 홈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유럽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상대 유럽 팀들을 꿰뚫는 전술을 펼쳐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줄줄이 격파하고 4강까지 올랐다.

독일월드컵에 대한 한국의 높은 기대치는 2002년의 여파도 있지만 여전히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유럽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안정환 등이 대표팀의 핵심멤버로 활약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과연 한국이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를 잡듯 유럽 한가운데인 독일에서 유럽 징크스를 보란듯이 깰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희국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