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훈련하는 바이엘 레버쿠젠 구장 앞 도로변에 월드컵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 조형물 중 기자의 눈길은 한곳에 쏠렸다. 브라질과 토고 스위스 등 각 국가의 국기와 주요 선수들을 그린 100m짜리 긴 간판이 그 것.

특이한 점은 브라질, 스위스 등은 가로 4m 세로 2m의 직사각형 하나에 자국 국기와 대표 선수의 얼굴이 그려진 반면 한국의 그림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컸다. 태극기는 두 개나 들어갔고 태극기 중간에는 '차붐'의 웃는 얼굴이 자리잡았다. 태극전사들이 골을 넣은 후 함께 모여 기뻐하는 장면도 있었다. 차범근 감독은 분데스리가 시절 레버쿠젠에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안기는 등 많은 활약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은 듯했다.

월드컵 개최국인가 싶을 만큼 차분하던 독일의 월드컵 열기가 9일 개막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독일에 도착한 이후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레버쿠젠, 뒤셀도르프 등 여러 도시를 돌아봤지만 월드컵과 관련된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작해야 쾰른 대성당 주변의 팬 페스티벌 준비공사 정도였다.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한국의 월드컵 열기에 비해서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차분하다기보다 오히려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김용호 기자

주요 TV채널의 스포츠뉴스에서 미하엘 발라크의 인터뷰 등 월드컵 소식이 이따금씩 다뤄지긴 했지만 유로스포츠라는 인기 채널에서조차 카레이싱이나 테니스 등 다른 종목이 축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당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도르트문트로 향하는 왕복 8차선 아우토반에는 이날 국기를 매달고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운전석 옆에 국기 하나를 단 자동차는 물론 자동차 모서리 네 곳을 모두 국기로 장식한 자동차도 있었다. 독일 주택가에는 국기를 창문에 내건 모습이 하나 둘씩 발견됐으며 독일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지역신문들도 월드컵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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