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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대학원생 박지성 `영어 합격점` 의미는?

  • 염창현 기자
  •  |   입력 : 2010-10-10 21:04:3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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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을 거둬 최고의 아시아 출신 투수로 자리매김을 한 박찬호. 그는 신인시절인 1996년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린 뒤 라커룸으로 들어오다 황당한 경험을 한다. 애지중지하던 양복이 가위로 난도질이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이를 인종차별로 여긴 박찬호는 의자를 던지는 등 거센 항의를 했다. 나중에 알고본즉 그건 선수들이 '너를 팀의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 들인다는 통과의례'였다. 영어도 서툴렀지만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박찬호의 행동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남긴 박세리도 미국 진출 초창기인 1990년대 중반 영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외국사람이 가까이만 와도 겁이 덜컥 났던 박세리는 경기를 마치면 뒤도 볼아보지 않고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행여 남들이 말이라도 걸까봐 두려워서였다. 우승한 뒤 영어로 멋지게 인터뷰하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박세리는 영어 중압감에 시달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제대로 자리를 잡은 선수로는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 등이다. 대부분은 유럽리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실력 차이도 컸지만 그 이면에는 언어 장벽도 있었다. 각 구단들이 동양에서 온 낯선 선수들을 위해 통역을 붙여주지 않는 이상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묵묵함이 미덕이지만 유럽에서는 자기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이상한 선수로 취급을 받았다. 왜 출전기회를 자주 주지않느냐고 항변을 하고 싶어도 그것을 표현할 능력이 없었다. 해외에서 중도 귀국한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현지 언어와 문화를 먼저 배워라"고 충고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박지성이 자신이 재학 중인 명지대 대학원에서 치른 영어 시험 점수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박지성은 최근 학교 측이 실시한 '영어 외국어 시험'에서 72점을 받아 거뜬히 합격했다. 통과기준 60점을 12점이나 웃도는 우수한 성적이었다. 박지성은 시즌 중에도 개인 영어교사에게서 꾸준히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어가 실력에 우선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살벌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길이 여기에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지성이 경기 후 영어로 유창하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팬들도 이미 여러 차례 보지 않았던가.

이제 스포츠 세계에서도 공부하지 않는 선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해외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려면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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