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수출통로 끊는 초강수 카드
- 제한적 공격 재개 방안까지 검토
- 고유가 지속되면 세계 경제 타격
- IRGC “죽음의 소용돌이” 경고
- 갈리바프 “지금 기름값 그리울 것”
12일(현지 시간) 밤샘 종전 협상이 결렬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에 나선 건 이란의 ‘돈줄’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게 뻔한데도, 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미국이 빼앗아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이 그들(미국)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며 반발해 군사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 역시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돈줄’ 막아 협상력 높이기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고, 통항하려는 선박에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조선은 이 같은 ‘대가’를 치르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다.
전쟁은 이란의 돈주머니를 채웠다. 다른 나라 유조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선, 이란은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전쟁 직전 3개월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10만 배럴 이상 수출량을 늘렸다. 미국은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전쟁 기간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오히려 일부 완화했다.
애초 이란 석유 판매처는 대부분 중국이었으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서방 국가들로 확대됐다. 이란은 이 같은 방식으로 국제 유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원유를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석유 판매 수익을 활용해 비교적 원활하게 전쟁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이란의 ‘수익원’을 원천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시적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더는 협상 ‘무기’로 쓰지 못하게 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휴전 분위기 없이 ‘위기’만
 |
| 13일 오후 3시38분 기준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진짜로 전면 봉쇄하기보다는 이란을 위협하는 수준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미 ‘패닉’ 상태인 세계 에너지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해지면 동맹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는 게,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도록 하는 데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미국 의회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2주간 휴전’에도 호르무즈 해협 긴장감은 고조된다. IRGC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봉쇄 발표 이후, 모든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접근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에서 양측의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폭이 좁은 지리적 특성상 해군 함정이 IRGC의 드론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미군에 위험 요인이다.
휴전 분위기는 사라지고 일촉즉발 위기만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간 13일 밤 11시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겠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대이란 군사 공격을 제한적으로 재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 대표로 참여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당신이 싸운다면, 우리도 싸울 것”이라고 되받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역봉쇄로 유가가 급등할 것을 언급하며 “현재 가격을 즐겨라. 곧 갤런당 4, 5달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