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도 이란 정부 공격 시사
- 트럼프 “협상하자는 전화 받아”
- 하메네이 정권, 축출 우려한 듯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 사망자가 속출한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개입을 시사하며 압박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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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카리즈악 법의학센터 밖 마당에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자루들이 놓여 있다. SNS 동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시위 15일째인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기반 단체인 이란인권(IHR)은 이날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집계했다. IHR는 이란 당국이 현지 인터넷·통신을 나흘째 차단한 점을 고려하며 “지난 9, 10일 이틀간 사망자 발생이 집중됐다.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며 고 덧붙였다. 사망자의 상당수가 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져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이 유혈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란 당국은 일부 지역에 신정체제 수호의 첨병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폭력 진압에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한다”며 “폭동과 공공장소 공격, 모스크 방화, 그리고 ‘신의 책’(쿠란)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밝혔다. 또한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검찰총장은 시위 참가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신의 적’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대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혀 군사개입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일 사이버 공격과 추가제재, 군사적 선택지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했다. 그들은 협상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회담이 열리기 전에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화와 압박 ‘양면의 카드’를 제시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축출하고 이슬람 신정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란 측이 “미국이 먼저 행동하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다급하게 협상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스라엘도 이란 타격 가능성을 거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은 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며 이란 정권을 향해서는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필요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3년여 만에 일어난 최대 규모의 이란 반정부 봉기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50년 가까이 이어진 신정체제에 대한 불만이 물가 폭등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도화선이 돼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히잡 시위’와 달리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던 시장 상인이나 중산층, 일부 보수층까지 시위에 가담하면서 저항의 사회적 기반이 넓어졌고 ▷경제위기 해소를 넘어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현 신정체제 전의 친미 왕조를 옹호하는 왕정복고 주장이 나온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대를 넘어 체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