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사나에서 순찰 중인 후티 반군 병사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자지구 평화구상안 일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2년 가까이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종식될 기회를 맞이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슨ㄴ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며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즉각 중재자를 통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성명을 발표한 지 2시간만에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위한 세부사항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리는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해 “그들이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긍정적으로 비치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마스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소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평화구상안 발표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발표한 평화구상안에서 이스라엘 인질의 전원 석방과 무장해제 등을 하마스에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합의를 수용한 지 72시간 안에 인질을 전원 송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하마스 궤멸전을 공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막 기회를 놓치면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지옥이 하마스 앞에 펼쳐질 것”이라며 나중에 미국 동부시간 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7시)를 시한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최후통첩에 하마스는 이집트, 카타르 등 아랍권 중재국들과 함께 논의해오다 이날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비롯해 가자지구의 행정권 포기 등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안에 인질 석방만 받아들였다. 구상안 핵심을 이루는 다른 요구인 무장해제와 무기반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가자지구 휴전 최대 변수는 이스라엘 입장으로 관측된다. 하마스가 발표한 성명이 인질은 석방하되, 무장 해제는 거부한다는 취지로 밝혀질 경우 이스라엘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정치적, 군사적으로 완전히 해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4년 10월 가자지구에 침공전을 시작했다.

하마스 전면 해체를 통한 새로운 안보질서 구축 목표는 전쟁이 만 2년이 되는 현재까지 변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대한 하마스의 역제안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마스 정치국 고위관리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이 자치할 수 있다면 하마스는 모든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종전을 위한 중재에 참여한 아랍국가들은 이날 하마스의 발표를 환영했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 일부를 수용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출혈을 멈추고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려는 열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재국 카타르도 하마스의 성명의 환영하고, 세부 사항 협의를 위해 미국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노벨평화상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평화구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