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7일 워싱턴 D.C. 백악관 사무실에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선제 공습을 감행한 뒤 두 나라가 무력 충돌을 주고받은 지 9일 만(미 동부시간 기준)에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뤄졌다.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고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최대 2주간의 협상 시간을 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이틀만에 나온 기습 공격이다.

이처럼 미국이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함에 따라 중동 분쟁이 향후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왔다. 모든 항공기는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 전사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세계 어느 군대도 이 같은 일을 해낼 수 없다”며 “이제 평화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인 포르도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 베이민스터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 NSC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감행을 최종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 상황으로 이번 공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과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으 공격을 중단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미 CBS는 미국은 이란과 외교 접촉에서 이번 공격이 미국의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고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미국의 공격에 B-2 스텔스 폭격기가 관여했다고 전했다.

B-2 폭격기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현존 유일한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GBU-57’을 2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 최첨단 공군 자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성공’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미뤄 이번 공격에 벙커버스터 GBU-57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B-2 폭격기 여러 대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괌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미 당국장을 인용해 전했다. 이 폭격기들이 이번 작전에 동원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라고 전하며 “ 오후 10시 백악관에서 이란에서의 매우 성공적인 군사 작전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세계를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란은 이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공격을 통해 이를 어겨 미국 내 후폭풍이 거셀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