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 놓고 친러·친서방 갈등
1968년부터 50여 년간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보내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1일(현지시간)부터 중단됐다. 5년 계약이 만료된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적국에 실리 제공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우크라이나가 폐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가 2019년 12월 맺은 5년짜리 천연가스 수송·공급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이날부터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이 멈춘 것이다.
러시아는 197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의 자금과 기술력을 들여와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하고, 여기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을 거쳐 공급해왔다. 1984년 완공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을 시작으로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야말(1993년), 독일과 직통하는 노르트스트림Ⅰ(2011년), 흑해를 통과하는 투르크스트림(2020년) 등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잇따라 건설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3월에는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액이 53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폴란드와 계약 분쟁에 휩싸였던 야말 가스관은 러·우 전쟁 발발 후인 2022년 끊어졌고, 노르트스트림Ⅰ은 그해 8월 공급이 중단된 데 이어 9월엔 가스관마저 폭파됐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가스관까지 막히면서 투르크스트림 하나만 남게 됐다.
유럽 내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과정에서 ‘교통비’를 받은 슬로바키아의 반발이 심하다. EU가 올 초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규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옛 동유럽 국가 사이에서도 헝가리 등 친러 국가와 폴란드 체코 등 친서방 국가들의 균열이 예상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번 계약 종료로 러시아 가스프롬의 손실은 연간 5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이 늘었으나 유럽 시장에서 줄어든 물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노르트스트림Ⅱ까지 연결됐을 것이다. 러시아가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