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보복 악순환’ 5차 중동戰 위기
- 헤즈볼라·후티까지 참전 전운 최고조
- 이란 12일 만의 보복·군 시설 공격 등
- 확전 우려에 수위 조절했다는 분석도
- ‘원유 동맥’ 호르무즈 해협 통제 촉각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처벌하겠다면서 ‘진실의 약속’이라고 명명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을 나포하면서 보복 공언 후 첫 대응에 나선 뒤 이스라엘 본토 타격을 목표로 무장 무인기(드론)를 대규모로 날리고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한 뒤 1979년 이슬람혁명 전까지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이란의 첫 대규모 공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이란을 대리해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까지 ‘참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지역 내 전운이 가자 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고조로 높아졌다.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 대응이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은 다시 한번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보복을 천명한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예고했고 이란 역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어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전이 되면 글로벌 안보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안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 지구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중동 정세는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만큼 확전 우려는 글로벌 경제에 중대 리스크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줘 글로벌 경기에 된서리를 내릴 수 있다. 특히 지구촌의 우려는 이란이 통제를 시도할 수 있는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로다.
한편으로는 이란이 확전을 우려해 보복 수위를 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습에 급하게 대응하지 않고 12일 만에 보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등이 대비할 시간을 준 측면이 있다. 또한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 무인기를 이용하고 미군이나 민간·종교시설이 아닌 이스라엘 군·정부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란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란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해왔다. 지난 몇 년간 자국 내에서 벌어진 핵시설 사보타주(파괴 공작), 핵 과학자 암살과 관련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직접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군사·외교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정면 대응은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