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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는 “우크라” 美는 “IS”…최소 133명 사망 테러 배후 공방

러, 모스크바 총격 관련 11명 검거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4-03-24 19:06:3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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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약속에…” 용의자 영상도 공개
- 푸틴 “우크라쪽 탈출 통로 마련”
- 백악관 “공연장 공격은 IS 소행”
- 젤렌스키 “쓰레기들, 책임 전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로 130명 이상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했고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반박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테러 배후 책임에 따라 3년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 세계는 애도를 보내면서도 테러 배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인근에 시민들이 꽃과 양초를 놓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전날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로 130명 이상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콘서트장에 난입해 총격

22일 오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60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선 러시아 유명 록밴드 피크닉(Piknik)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공연 시작을 불과 몇 분 남겨놓고 총을 연발로 쏴대는 소리가 들렸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이다.

콘서트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그들(테러리스트)은 조용히 걸어 들어와서 사람들을 쐈다. 소리가 흩어져서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재밌다는 듯이 걸어 다니면서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총을 맞는 사람이 여자인지, 어린이인지, 노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테러범들이 도주한 뒤 크로커스 시티홀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지붕 일부가 무너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테러로 133명이 숨졌으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용의자는 잡혔는데…

러시아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은 23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사건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차량에서 AK-47 소총의 개량형인 AKM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검거된 용의자 중 샴숫딘 파리둔(26)은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애초 50만 루블(약 730만 원)을 대가로 약속받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그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 루블(1461만 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했다.

■누가 배후인가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자신들이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IS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IS 전투원들이) 수백 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잡히고 배후를 자처한 곳도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방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FSB는 “핵심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했다.

반면 미국은 IS 소행이라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차단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 푸틴과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러 배후에 따라 또다시 국제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책임론으로 화살을 돌리면서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촉구하는 강력한 결집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테러의 배후로 밝혀진다면 러시아가 전장에서 명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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