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전 등 부담 커져 위기 증폭
- 트럼프 대선 승리 가능성도 영향
유럽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좋지 않은 데다 미국의 지원마저 지체되면서 다급해지자 그동안 ‘레드라인’으로 여기던 대책을 거침없이 공론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 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공동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EU 지도부 차원에서 이 방안을 제안한 건 처음이다. EU는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 수익금을 민간 분야 재건에 활용하자는 안에 어렵게 합의했다.
그런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한발 더 나아간 주장을 한 것은 그만큼 유럽이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주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군에 내준 뒤 인근 마을에서도 연이어 퇴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황이 나빠졌지만 EU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원군이던 미국의 추가 지원은 공화당 반대로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오롯이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재선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유럽의 불안 요인이다. 향후 러시아가 나토 결속이 취약해진 틈새를 노려 유럽의 또 다른 국가를 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전쟁 위협이 임박한 건 아닐지 몰라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한 것에서 유럽의 다급한 속사정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불거진 우크라이나 파병론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나토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유발할 파병과 같은 적극적 군사적 개입에 선을 그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금기’였던 파병이 공개석상에서 거론될 만큼 피로감이 누적되는 장기전의 상황 변화에 대한 유럽의 위기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