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스 초유의 공격 뒤 전쟁 범죄
- 표면은 “수십년 폭압에 대한 항거”
- 속내는 좁아진 입지 넓히기인 듯
- 안보 무참한 참패 겪은 네타냐후
- 가자지구 영토 일시점령 가능성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세력 하마스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해 기습 공격을 벌였고, 이스라엘이 반격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터졌다. 벌써 양측 사상자 규모가 4200여 명에 달하고, 확전 양상으로 인명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하마스가 무장세력을 침투시키거나,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는 ‘전쟁범죄’ 양상의 이례적 군사 행동을 벌이자 의도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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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발사한 로켓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허 찔린 이스라엘
유대교 안식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예상 밖의 큰 피해를 봤다. 이번 공격은 유대 명절인 ‘속죄의 날’에 시리아와 이집트 군대가 무방비 상태의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1973년 4차 중동전쟁 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가장 굴욕적인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마스의 로켓이 남부 등 주요 도시를 파괴했고, 분리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에 침투한 무장대원들이 군인뿐 아니라 현지 주민을 살해하거나 납치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무장대원을 이스라엘에 침투시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침투한 무장대원은 아직도 최소 8곳에서 이스라엘군과 무력 대치 중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하마스에 상당수 인질이 잡혀 있다. 군인 외 민간인도 다수 납치됐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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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옆에서 기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전쟁’을 선포하고,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며 강력한 맞대응을 명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이스라엘판 9·11’ 사태에서 군사적 대응에 대한 압박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풀이했다. 아무리 팔레스타인 측 기습 공격이라고 해도 평소 ‘아이언돔’ 등 최강의 안보대응 능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측의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실패’를 만회하려 전례 없이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NYT는 이스라엘이 과거와 달리 가자지구 영토를 일시 점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하마스 무장정파의 기습을 예측하지 못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신베트 모사드 등) 및 미 중앙정보국(CIA) 책임론도 제기된다.
■전례 없이 거친 하마스 공격, 왜?
민간인 납치 등 하마스의 공격이 전보다 거칠어졌다는 점에서 배경도 주목된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폭압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칼리드 카도비 하마스 대변인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이 수십 년간 겪어온 이스라엘의 모든 만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해 17년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필품 반입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자 더 참지 못하고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특히 작년 말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우파 정부 출범 이후 더 심해진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강경 대응, 정착촌 주민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 등에 대한 맞불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움직임 등 ‘중동 데탕트 무드’에서 하마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 2020년 미국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고, 최근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자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 편에 섰던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교 정상화 노력을 벌이는 중인데 이를 훼방 놓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스라엘 공격 당일 TV연설을 통해 “저항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객체(이스라엘)는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랍권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며 “이 객체와 맺은 모든 관계 정상화 합의가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