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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 무력충돌 일주일…아르메니아인 3만명 대탈출

영토분쟁지 나고르노-카라바흐, 아제르바이잔 측 점령에 불안감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9-27 18:15:3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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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보복 우려 주민 엑소더스
- 주유소 폭발 사고 125명 사망도

- 코소보-세르비아서도 유혈사태
- 인접지 북부 영토분쟁 일촉즉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 영토 분쟁이 일촉즉발로 치달으면서 이들 일대가 우크라이나에 이은 또 다른 ‘유럽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탈출한 주민의 차량 행렬이 아르메니아 코르니조르에 이어지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장악하자 이곳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3만 명은 필사의 대탈출에 나섰다.

타스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오후 8시 기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자국에 입국한 아르메니아계 이주민이 2만8120명이라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던 주민 수가 12만 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아제르바이잔과의 무력충돌 일주일 만에 4분의 1 가까운 인구가 빠져나간 셈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아제르바이잔인 고속도로 사업 담당 직원 2명과 군인 4명 등이 잇따라 지뢰 폭발로 사망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을 배후로 지목하고 즉시 공격을 감행했다.

피란 와중에 전날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터져 혼란을 더했다. 피란민을 태우고 연료를 채우려던 차량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타스는 이날 오후까지 이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가 125명에 이른다고 아르메니아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대표적 영토 분쟁지다. 아제르바이잔 영내에 있지만 아르메니아인이 대거 거주하고,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자치군이 활동 중이어서 잦은 무력충돌이 일어난다. 2020년 6주간 무력분쟁이 발생해 수천 명이 숨졌고, 지난 6월에도 충돌이 있었다. 이번 분쟁 때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공격 직후 자치세력이 바로 휴전에 동의해 ‘백기’를 든 상태로 아제르바이잔과 협상 중이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자치군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주민 안전은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사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은 아제르바이잔의 이 같은 입장이 사실상 아르메니아계에 대한 보복과 차별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급하게 아르메니아로 피란길에 올랐다.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교 국가여서 아제르바이잔 측이 시도하는 ‘지역 통합’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피란민의 입국을 받아들이면서도 무력분쟁 가담자는 걸러낸다는 보도가 나왔다. 입국 검문에서 어린이 노인 여성은 신원 확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주로 20~30대 남성이 신원 확인 대상이 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럽의 다른 영토 분쟁지인 코소보에서도 무력충돌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된다. 로이터 등 보도를 보면 지난 24일 코소보 북부 주요 도시인 미트로비차 인근의 바니스카 마을에서 무장괴한 30여 명이 코소보 경찰 순찰대에 총격을 가해 코소보 경찰 1명과 무장괴한 4명 등 총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이들 무장괴한이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정치적·물질적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이 코소보 정부의 탄압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원인은 코소보가 제공했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벌인다. 가디언은 유럽연합(EU)이 2011년부터 중재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000여 명이 숨지는 전쟁을 겪었고, 2008년 유엔과 서방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지만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 중국 등은 여전히 코소보를 세르비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180만 코소보 인구 중 92%는 알바니아계이지만 세르비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지역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계여서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북부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나, 코소보는 사실상 영토 분할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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