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안, 英 기자까지 연행·구타
- 유엔 등은 “절제된 대응 촉구”
- 中, 우루무치에 보조금 달래기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중국 국민의 시위가 전국 각지로 확산하자 국제사회는 ‘제2 톈안먼 사태’로 번지는 게 아니냐며 예의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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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현지시간) 중국 공안이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열린 제로 코로나 정책 항의 시위의 참가자를 제압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지난 27일(현지시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대도시에서 많은 시민이 백지를 들고나와 제로 코로나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 내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등장했던 것으로, 백지는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희생자를 추모한 뒤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 “문화혁명 2.0을 끝내라”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이유로 경제는 뒤로 하고 문화대혁명을 재연하면서 마오쩌둥이 누렸던 영수 자리를 탐한다고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CNN방송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내 최소 16개 지역에서 제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28일 보도했다. 대만 타이베이, 홍콩,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펼쳐졌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지난 8월부터 이어진 제로 코로나를 위한 봉쇄 탓에 제때 진화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음 날 우루무치에서 시작,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곳곳으로 항의 시위가 번졌다. 시위에선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시위 동참 대학도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를 비롯, 50곳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당한 구금과 과잉 대응 논란이 빚어져 파장은 서방 등 국제사회로 확산했다. 당국은 시위 장소마다 공권력을 투입, 강제해산 했고 시위 가담자의 구금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상하이 시위를 보도하던 자사 에드 로런스 기자가 현지 공안에 연행돼 몇 시간 동안 구타당하다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8일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서 이를 언급하며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했다. 이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미국도 중국 시민의 평화시위를 공식 지지하면서 이번 시위가 1989년 6월 4일 발생했던 톈안먼 사태를 연상케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경계했다. 폭력 진압 조짐이 일자 자칫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촉발된 시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 권리를 지지하며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NSC 측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전략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도 28일 “우리는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에 사상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시위를 탄압하지 말라는 국제사회 목소리에 중국 정부는 “권리나 자유는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제로 코로나에 관해 “과학적이고 올바르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특히 수낵 영국 총리의 BBC 기자 구타문제 제기를 두고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국 정부는 그러면서도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우루무치 지역의 저소득층에 300위안(5만6000원)의 일회성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 시위를 두고 6·4 톈안먼 시위의 주역인 왕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 공산당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대만의 영자지 타이완뉴스가 29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