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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지명 전통 깨고 충성 유도…‘시 황제’ 견제할 자 없다

한중수교 30주년…중국을 다시 보다 <7> 시진핑의 대관식-역사의 간지(奸智)를 생각한다

  • 조광수 전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
  •  |   입력 : 2022-10-25 19:40:1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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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코로나’ 정책 고수한 리창
- 당 이념·중국 몽 만든 왕후닝
- 최측근 강경파로 지도부 구성
-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붕괴

- 후진타오 퇴장은 공포심 조장
- 딴소리 내지 말라는 경고의 뜻
- 종신 집권을 향한 뒤틀린 욕망
- 또다른 역사 변혁 부를지 촉각

대관식은 역시 화려했다. 지존은 당당했다. 1인 지배 체제를 확정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여유 있어 보였다. 관례와 원칙을 무시한 파격의 결과, 그는 대등한 동료가 아닌 위계질서 하의 참모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시진핑의 절대 권력 구축 작업이 완성되었음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10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집권 3기가 출범하는 장면이다.

■권력의 세 가지 운동 법칙

세상에는 부자(父子) 사이에도 나누지 못하는 것이 있다. 천륜도 차마 어쩌지 못하는 애물단지는 바로 권력이다. 인간의 욕망 중 가장 치열하고 고약한 욕망으로, 결국 죽어서야 끝난다. 그 끈질긴 욕망인 권력엔 세 가지 운동 법칙이 작동한다. 첫째, 확장 운동이다.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계속 확장하려 한다. 권력의 절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절대 권력을 제어하는 최선의 방법은 견제와 균형의 제도화다.

둘째, 집중 운동이다. 모든 권력은 사회 구조나 정부 형태를 막론하며 항상 소수에게 집중된다. 아무리 민주적이고 진보적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소수의 파워 엘리트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그런 권력의 과두화(寡頭化)를 방지하려면 수평·수직적으로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셋째, 지속 운동이다. 누구든 일단 권력을 획득하면 가능한 한 지속하려 한다. 권력의 영속화를 막는 길은 주기적인 선거 같은 방식으로 권력의 변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대관식은 이 모든 권력의 운동 법칙이 거칠 것 없이 작동한 잘 준비된 드라마였다. 노련한 연출의 ‘권력의 극장’이었다.

■후계자 지정 불문율 무력화

중국 정치는 역시 뚜껑을 열기 전에는 모른다. 특히 인사 문제는 늘 예상을 벗어난다. 20기 1중 전회(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선출된 인선의 특징은 파격과 인정사정없는 독식이다.

먼저, 5년 전 19기 당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불문율을 완전히 무력화한 것이다.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은 정치의 개인화를 막고 권력 승계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다음 지도부를 미리 선출해서 훈련하도록 했다. 그 전통은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이 세운 이후 3세대 장쩌민과 4세대 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며 안착해 왔다. 그 제도 아래 시진핑도 2007년에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국가 부주석직을 수행했고, 그 훈련을 바탕으로 5년 뒤 1인자에 오르게 된 것이다. 4세대 후진타오는 격대 즉 차차기 지도자로 후춘화를 지정했었으나, 5년 전부터의 상무위원 훈련은 고사하고 이번엔 아예 24인 정치국에도 들지 못했다.

■7인 상무위, 시진핑 측근 독식

7인 상무위원회는 시진핑과 그의 참모급 인사로 구성됐다. 참모의 품격은 곧 보스의 품격이다. 열린 구성이냐 닫힌 구성이냐는 보스의 결정이다. 온건파와 강경파를 적절하게 안배하고 다른 목소리까지 포용하느냐 여부는 순전히 보스의 스타일과 덕량에 달렸다. 서열 2인자로 국무원 총리직을 수행할 인사에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를 선임했는데, 그는 20년 전 시진핑의 지방 장관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상하이 시민의 불만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꿋꿋하게 시행한 시진핑 충성파다. 리창을 비롯한 신임 지도부의 공통점은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아주 노골적으로 정치 표준 즉 정치적 기준을 적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유능함보다 충성심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상무위원회라기보다 차라리 실무집행위원회라고 부르는 게 더 맞겠다는 외신의 평가도 있다.

또 한 사람 특이한 인물은 서열 4위로 정치협상회의를 책임 질 왕후닝이다. 왕후닝은 당의 이념과 선전을 담당해 온 이데올로그다. 3세대의 ‘3개 대표론’과 4세대의 ‘과학적 발전관’ 그리고 5세대의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 등 세 세대에 걸쳐 통치 이데올로기를 만들었고, ‘중국 몽’도 그의 작품이다. 서른 살에 푸단대학 교수가 된 탁발한 천재로 현대판 제갈공명이란 평을 듣는다. 다만 너무 서둘러 자대(自大)함을 내세운 탓에 마찰적 국제관계를 유발했다는 지적에 실각설이 계속되었으나 지난 임기보다 오히려 한 단계 더 올랐다. 국가는 자만한다고 부강해지는 건 아니라며 섣부른 슈퍼 차이나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그의 승진으로 대외 강경 기조는 더 할 전망이다.

■집단지도체제·68세 은퇴 유명무실

다음, 집단지도체제가 유명무실해졌고 은퇴 나이 불문율도 무색해졌다. 중국의 정치개혁은 경제 분야만큼 속도를 내진 않았으나 그래도 점진적으로 나아져 왔었다. 권력의 개인화를 방지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가 자리 잡으며 비록 권력 내부에 국한되긴 했지만 다소의 견제와 균형이 존재했었고, 이념 투쟁보다 능력 위주의 인사라는 원칙도 세워졌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세대교체와 68세 은퇴라는 관례도 축적되어 왔다. 2017년 19기 당 대회 때까진 그랬다. 그런 제도화가 그때 이후 하나씩 퇴행하더니 이번 20기에 와선 다 사라져버렸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 퇴장의 의미

이렇게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것과 오버랩 되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다. 행사 폐막 전 후진타오 전임 당 총서기가 강제 퇴장한 장면이다. 공식 발표는 건강 문제라는 소명이었고,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나, 짧은 영상은 분명 다른 느낌을 준다. 희망컨대 악의가 없는 해프닝이었길 바란다. 이미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선 사라진 현장 동영상은 떠나지 않으려는 노인을 억지로 부축해 끌고 가는 것이었고, 주변의 인물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의미로 충격이다. 하나는 만일 누구든 딴소리를 내지 말라는 경고의 뜻으로 원로 전임자를 모욕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면 그걸 기획하고 승인한 사람들의 잔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에 물러난 노인이다. 중국 정치문화의 장점인 체면과 은유는 다 어디 가고 그런 노골적인 공포 조성이라니 아연하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인물이 그런 정도의 도량이 좁은 사람은 아니라 믿고 싶다. 또 하나는 주변에 있었던 인사들의 반응이 과연 상식적이었나 하는 것이다. 몸이 안 좋아 먼저 일어나는 것이라면 예를 갖추어 퇴장하게 해야 했고, 끌려 나가는 것이라면 옆에 있던 리커창 총리나 왕양 정협 주석은 울면서라도 따라나섰어야 했다. 공청단파의 좌장이자 정치적 스승인 팔순 노인이 험한 꼴을 당하는데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 이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만 남은 퇴직 인사가 무엇이 그리 두려웠던가 싶다. 그 경직되고 주눅 든 모습이 참 딱하다. 절대 권력자 마오쩌둥 앞에서 개인숭배를 비판하고 정책 실패를 추궁하던 펑더화이의 기개까지는 아니어도 인간의 정과 도리는 있다. 그게 중국을 이끈다는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도대체 그들이 추구하는 세상이란 게 어떤 모습인가. 감시와 통제 그리고 공포로 꾸려가겠다는 뜻인가. 공자의 나라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 그 장면을 보고도 다들 침묵한다면, 우리 편(We Group)과 다른 편(Out Group) 사이의 차별이 그토록 심하다면 과연 시진핑의 중국은 어떤 천하인가.

■역사의 간지

‘역사의 간지(奸智)’란 말이 있다. 누군가 과도한 욕심이나 뒤틀린 욕망을 부렸는데 뜻하지 않게 역사의 진보를 초래하는 아이러니를 뜻한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끝없는 정복욕은 결국 자신의 몰락을 초래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럽의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푸틴이 과장된 대러시아 구상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결과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만 뒤늦게나마 독립 전쟁을 하고 있다. 푸틴이 저지하고 싶었던 나토의 동진을 오히려 촉진하는 결과마저 초래하고 있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역사의 간지는 역사의 이성과 진보를 믿었던 헤겔의 용어다. 시진핑의 3연임 시작과 종신 집권 시도가 의도대로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역사의 간지 사례로 기록될지 시간이 답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은 불안불안하다. 코끼리가 기뻐서 뛰건 아파서 뒹굴건 죽어나는 건 풀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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