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도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 강화가 일본의 재무장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바뀌자 일본이 대대적 준비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 4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상공에 쏜 것을 계기로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북한이 다시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됐고, 이는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 도발로 일본 군비 증강 가속화

38노스는 “일본의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미국에 비해 강경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북한의 IRBM 실험 이전에도 일본이 재무장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국방 예산을 도합 43조~45조 엔 상당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총생산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인 국방 예산을 2% 이상 늘려야 한다.

38노스는 “일본 안보 정책의 세 기둥은 억지력 강화, 미-일 안보 동맹 강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유지다. 따라서 자민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국내총생산(GDP)의 2%)에 맞춰 안보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지지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38노스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더 많은 군사비를 기본적인 조건으로 주창하는 일본 정부 안팎의 사람들에게 ‘탄약’을 쥐여주고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심코 일본의 군사비 지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9일 오전 도쿄도의 아리아케(有明) 린카이(臨海)광역방재공원에서 패트리엇(PAC3) 미사일 전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 견제 호주도 일 방위비 증액 지지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도 일본의 방위비 지출 확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호주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호주 서부 퍼스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후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내용을 핵신으로 한 ‘안전보장 협력에 관한 신 일본·호주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신공동선언에서는 군사적인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본과 호주 양국의 주권이나 주변 지역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긴급사태’의 경우 서로 협의해 대응 조치를 검토한다고 명기했다. 기존 선언에는 테러 대책과 미국과 일본, 호주 3개국 협력 강화, 북한 핵·미사일 대응 협력 등이 포함됐지만, 중국을 염두에 둔 내용은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반격능력(적기지 공격능력)을 포함해 “향후 5년 이내에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앨버니지 총리가 이를 강력히 지지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핵 전문가들이 북한의 차기 핵실험이 연쇄적으로 감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현재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 시점은 북한 당국의 정치적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전술핵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보유한 북한의 야심 찬 핵무기 프로그램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은 아마도 한 종류 이상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를 모두 시험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역시 북한이 조만간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열핵폭탄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연달아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