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천하의 중심에 군림하는 꿈, 대국 풍모부터 갖춰라

한중수교 30주년…중국을 다시 보다 <6> 중국 몽은 이루어질 것인가

  • 조광수 전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
  •  |   입력 : 2022-10-18 19:40:52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위대한 중화문명 부흥 실현’
- 2012년 시진핑 체제 어젠다
- 당시 첫 항모 보유 등 굴기 과시
- 美 위축도 절호의 기회로 작용

- 최소 50년 일국양제 약속 파기
- 20년만에 홍콩의 자유 사라져
- 코로나때 폐쇄성 한계 드러나
- 자유·다양성 기반 구축 관건

꿈은 달콤하다. 나비가 되어 이 꽃 저 꽃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기도 하고, 하룻밤에 집을 열 채라도 지으며, 달나라 여행도 훌쩍 다녀온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기대에 절로 힘이 솟기도 한다. 한편 꿈은 깨진다. 일장춘몽은 허탈하다. 꿈이야말로 정열과 허망이다.

■천하의 중심에 군림을 꿈꾸다

중국은 지금 꿈을 꾸고 있다. 부국강병을 이루고, 천하의 중심에 당당히 군림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른바 중국 몽이다. 중국의 꿈이란 우선 민족주의를 고취해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며, 나아가 위대한 중화문명을 부흥해 세상의 존중을 회복하는 것이다. ‘Great China Again!’이다.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만의 꿈이다. 중국의 꿈은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큰소리 치고 싶다는 뜻이다.

■‘소강 사회’ 거쳐 ‘대동 사회’로

중국 몽의 출현은 2012년이다. 그해 11월 당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은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중국 몽을 선언하고 두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이름 하여 ‘두 개의 100년의 꿈’이다.

첫 번째 100년의 꿈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소강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소강이란 그럭저럭 먹고 사는 수준, 즉 중진국에 도달하는 것으로, 그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두 번째 100년의 꿈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대동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동이란 유토피아의 클래식이다. 부국강병에다 우아한 문화 수준까지 이루는 것으로, 역대 정치 사상가들이 꿈꾸던 이상사회의 경지다.

■중국 몽이 탄생한 2012년에는

2012년의 ‘올해의 한자’는 몽이 될 만했다. 안정을 뜻하는 온(穩)과 변화의 변(變) 그리고 새롭다는 신(新) 등의 경쟁 단어를 제치고 몽(夢)이 선정된 이유는 분명하다. 그해에 유인우주선 도킹에 성공했고,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작가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모두에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룬 시간이었다. 거기다가 5세대 지도부가 꿈을 제시하며 출범한 것이다. 위대하고 화려한 중화의 영광을 외칠만도 했다.

글로벌 분위기도 중국에 기회였다. 아메리칸 드림이 종언을 고하며 중국 몽의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아메리칸 드림은 기왕에 포용성과 개방성으로 만들어졌다. 기회를 찾아 온 이민자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치열하고 창의적인 몸부림을 쳤고, 미국이란 땅은 그들을 포용한 것이다.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 융합하며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 섞임을 기반으로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논리적 귀결이 바로 세계화였다. 근대화가 유럽이 만든 역사적 대세였다면, 세계화는 미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이 주도한 역사적 추세였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역설

문제는 어떤 흐름이든 과도하면 반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바로 물극필반(物極必返)의 이치다. 세계화는 본가인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며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고, 팬데믹을 거치며 퇴조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미국의 왜소해진 현실을 고백한 것이다. 본인이 이민 3세이고 부인 또한 이민자인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 자체가 개방성과 포용성이 약해졌음을 드러낸 것이다. 위축된 미국부터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대목은 돈 자랑과 힘 자랑을 하고픈 신흥 강국 중국에 절호의 기회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할 중국 몽이 있다고 선전·선동할 찬스를 잡은 것이다.

■중국 몽 10년 성적표는?

중국 몽을 꾼 지 10년, 성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거칠게 말하면, 아직은 그저 꿈일 뿐이다. 시진핑이 제창한 중국 몽은 세 가지가 부족하다. 첫째, 대국의 풍모가 없다. 대국은 약속을 지켜야 하고, 손해 볼 줄을 알아야 하며, 알면서도 져줘야 한다. 도량 내지는 덕량 즉 볼륨이 있어야 한다. 멋스럽고 매력적이라면 굳이 소리 칠 필요도 없다. 은근한 자신감과 미더운 매력, 이 대목이 참 어렵다.

중국은 홍콩의 주권을 찾아올 때 안팎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려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50년 동안 중국은 중국대로, 홍콩은 홍콩대로 성장하고 번영하다 보면 접점이 찾아질 것이란 기대였다. 서로 체제가 다르지만 50년이면 거의 두 세대의 시간이니 후손들이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심정도 담았다. 시간과의 조급한 경쟁으로 시행착오를 많이 저지른 마오쩌둥과는 달리 덩샤오핑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냉정함이 있었다. 적어도 일국양제를 실험하는 시간만큼은 패권을 추구하거나 대장 노릇하겠다고 깃발 내세우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유훈도 남겼다.

하지만 그 실험은 불과 20여 년 만에 실패로 판명 났다. 홍콩 주민들은 “중국이 되길 거부한다”고 외치며 장기간 대규모 시위를 했지만, 중국 정부는 빈과일보 등 반중 언론을 탄압하고, 아흔 고령의 추기경을 비롯한 시위 지도부를 체포하고, 선거법을 고쳐 친중 후보만 선출했으며,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경찰 간부를 새 행정장관에 임명했다. 양제(兩制)라는 자유보다는 일국(一國)이라는 질서가 우선인 것이다. 자유 홍콩은 사라졌다.

둘째, 유연성이 없다. 이 대목은 대내외 간에 중국 공산당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다. 민주화를 주문하는 서방의 압박에 대해 중국은 한 나라의 민주 정도를 판단하는 근거는 그 나라 국민의 공감대라는 입장이다. ‘세계 가치 조사’의 결과 중국 국민은 스스로를 상당히 민주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비중은 한국보다 더 높다. 중국 몽이 ‘방구석 여포, 안방 장비’의 범위를 넘어 글로벌 보편성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자유와 다양성이란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다. 국가 전복이란 죄명으로 11년 형기 중 2017년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민주투사다. 그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역대 노벨상 수상자 100여 명이 출국 치료를 청원하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은 끝내 불허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정부의 철저한 통제로 정작 중국 인민들은 류샤오보의 수감과 사망에 관해 거의 모른다는 사실이다.

셋째, 행운이 없다. 중국은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려고 지난 20년 동안 정말 애 썼다. 아프리카에 의사와 간호사를 먼저 보내 백의의 천사 이미지를 쌓았고, 유럽의 파산 위기 기업들을 대거 매입하며 산타클로스 투자가 역할을 했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에 엄청난 기금을 기부하고 많은 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중국 민낯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급변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이다. 민낯이 드러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속살이 있게 마련인데, 폐쇄성과 비밀주의 속성이 다 드러났다. 일사분란한 공산당식 일 처리가 높은 효과성보다 오히려 투명성 부족이 부각되며 흉잡히고 있고, 언론 통제의 후유증 또한 크다.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괴질 환자를 확인했던 초기에 정보를 공개하고 전염병 매뉴얼을 시행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경찰은 전문가 소견을 중시하는 대신 그를 압박해 반성문을 쓰게 하고, 언로를 폐쇄한 채 감염 확산을 방치했다. 리 의사가 감염되어 순직하자 뒤늦게 영웅으로 대우하고 의인을 만들었지만 불만스러운 민심을 달래긴 어렵다. 중국에도 의인과 투사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아직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상하이와 선전 같은 대도시마저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강행도 참 아연하다.

위대한 중화주의를 부흥하고 화려했던 지난날의 천하 질서를 회복하자는 중국 몽은 다소 허풍스럽고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커진 완력과 두둑해진 주머니를 과시하고픈 입장에선 자연스런 기치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질서를 만들거나 변경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강대국이다. 지금 시진핑 천하의 중국은 어디에도 삼가는 자세가 없다. 이 대목이 과연 피크일지 더 흥성할지 변곡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8. 8'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9. 9동티모르 대통령 "'빛의 혁명'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
  10. 10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