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0일을 넘긴 가운데 올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전후 복구비용이 이미 500조 원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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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화력발전소.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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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 “올 겨울이 전환점”
서방에선 전쟁이 연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으로 조기에 상당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나토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6개월째를 맞아 결정적인 시기에 진입했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겨울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동남부 지역에서 반격을 가하는 데 대해 “우크라이나가 찬찬히 눈에 보이는 진전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거대한 규모의 러시아군이 들어가 있는데, 불행하고, 비극적이고, 끔찍하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도 많은 이들을 더 투입하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및 유럽에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 규모의 군사지원도 약속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키이우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얄타 유럽전략’ 연례회의 연설에서 “이번 겨울이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점령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빼앗겼던 동북부 하르키우를 되찾은 점을 내세우면서도 “조금만 더 강력한 무기를 가졌더라면 점령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서방에 더 강력한 무기 지원을 재차 호소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달 들어 약 3000㎢의 영토를 회복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서울 면적(605㎢)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하르키우 수복은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낸 데 이어 최대 성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군수보급 중심지인 내륙도시 이지움의 통제권도 되찾았다. 이지움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은 탄약과 장비를 버려둔 채 철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최근 빨라진 반격에 대해 “눈덩이가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격이 너무 빠르면 새로 합류한 러시아군에 포위될 수 있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방, 에너지 위기에 촉각
러시아도 겨울을 전환점으로 본다. 지난 7월부터 전쟁이 소모전으로 변한 가운데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의 여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앞으로 수개월간 에너지 공급난과 생활비 급등으로 동맹국간 단결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이 지난 2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로 대응하기로 하자 러시아는 유가 상한제에 동참하는 나라에는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서방이 에너지 위기를 견디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영토를 양보하고 휴전을 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반대로 서방이 이 고비를 넘기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죈다면 힘의 균형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도 경제 위기와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내년까지 전쟁이 이어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이 3490억 달러(약 483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은행(WB)과 우크라이나·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간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부터 6월 1일까지 직접적 피해 규모는 970억 달러(약 134조 원)로 추산됐다. 전쟁 여파로 인한 경제 손실액은 2520억 달러(약 349조 원)로 집계됐다.
물리적 피해 규모와 경제 손실액을 합친 3490억 달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2000억 달러(약 277조 원)의 1.6배가 넘는 규모다. 보고서는 전쟁이 지속되면 복구 비용은 더 불어날 수 있다면서 “침공이 수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아루프 바네르지 WB 동유럽 지역사무소장도 이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방법론을 기반으로 추산된 수치라면서 내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주재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에 근거가 되는 자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