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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주년…중국을 다시 보다 <1> 프롤로그 : 왜 하필 지금인가

韓과 우호 외치다 발톱 드러낸 굴기 … 국민 80% 반중 정서

  • 조광수 전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
  •  |   입력 : 2022-09-04 19:37:3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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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전세계 지정학적 변동 야기
- 미국과의 패권 경쟁 점입가경

- 반중 여론 일본 87%·미국 82%
- 한국, 시진핑 비호감 87% 육박
- G2 성장 속 부정 인식 확산에도
- 더욱 기세등등하게 중국몽 외쳐

- 대놓고 내정간섭 등 韓 위기상황
- 그들의 본색 제대로 알고 대처를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30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30년은 한 세대다. 대를 이을 정도로 성숙해지는 세월이란 뜻이다. 다음, ‘30년 하동(河東), 30년 하서(河西)’란 말이 있다. 인생도 30년 오르막이 있으면 30년 내리막이 있고, 세상의 흥망성쇠도 30년이면 흐름이 바뀐다는 의미다. 친구가 라이벌로 변할 수도 있고, 적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붕괴됐다고 여긴 냉전 구도 같은 글로벌 진영 대결 구조가 다시금 나타날 수도 있다. 30년의 시간, 무섭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정재호(왼쪽) 주중대사가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교 30년 서로의 민낯 노출

그러면 수교 30년 동안 이루어진 그 많은 인적 왕래와 물적 교류의 결과 중국은 한국에게 한국은 중국에 묵은 친구처럼 편하고 미더운 존재가 되었을까. 상호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상호 이해도 깊어졌을까. 아니다. 푸근한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드디어 민낯을 보아버린 당황스러움이 있을 뿐이다. 이유가 뭘까.

‘이웃 신드롬’이란 현상이 있다. 이웃 나라끼리 서로 아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일본을 무시하고 우습게 아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일본만큼은 워낙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과도한 피해자 의식이 지나친 경시의 형태로 나타난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은 일본을 훤히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또 다른 이웃 나라인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대평가이든 과소평가이든 누구나 중국에 관해 일가견을 다 갖고 있다. ‘뙈국’이나 ‘짱께’라는 표현에서 보듯 매욕(罵辱)을 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인정해주는 구석이 있다. 특히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여행 다녀온 사람이라면 중국이란 나라 손바닥 보듯 훤하게 이해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중국을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G2 중국에 ‘겸손한 불가지론’ 필요

무엇에 대해서든 예찬과 경멸이 지나친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부하듯 하는 얼치기 예찬론이나 경멸과 악의에 찬 폄하론이 난무하면 생생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단이나 단순화하려는 시도 그리고 범주의 오류에 빠져서도 곤란하다. 중국이란 복잡하고 모호한 실체를 이해하는 대목에서는 특히 그렇다. 역동성과 불안정성이 혼재된 중국. 사회주의와 전통주의가 절묘하게 혼합된 중국. 권력 집중에다 비밀주의로 가려진 중국. 그런 중국을 이해하려면 일단 ‘겸손한 불가지론’의 자세로 접근하는 게 우선이다.

21세기 들어 20년 사이 국제무대에서 발생한 가장 극적인 변화가 무엇일까. 중국의 부상. 그냥 떠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우뚝 솟아나고 있다. 바로 대국굴기(大國굴起)다. 향후 20년 동안 글로벌 공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사안이 뭘까. 기존 패권 미국에 도전하는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의 억센 기세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변동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이미 서론을 넘어 본론에 진입했다. 500페이지 책의 50페이지 정도를 지나고 있으니 이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일만 남았다.

■독특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이 코로나19로 중국인 관광객의 이용이 줄어 한산하다. 관광업계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이 언제 풀릴지 몰라 울상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의 친화성’이란 틀에 익숙한 리버럴(liberal)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전대미문의 길을 40년 넘게 걷고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 코끼리 같은 나라 중국이다. 경제가 성장해 중산층이 두꺼워지면 더 많은 정치적 참여와 자유를 요구하게 되고 다양한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 집단이 나타나 정치 다원화가 이루어진다는 게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의 친화성’ 모델이다.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정치 민주화를 성취한 한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들 중국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기대했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개발독재이지만 결국은 중국도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정치적 민주화로의 이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 GDP)은 이미 1만 달러가 넘었고, 14억 인구 중 적어도 2억 명은 한국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중국의 자유화 정도는 경제적 성과와 비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민주가 아닌 당주(黨主) 국가임을 세계가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차이나 리스크에 반중 감정 커져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사회에서 가장 크게 신뢰도가 실추한 나라가 어디일까. 화려하고 기품 있는 문화의 포장을 벗어 던지고 호전적인 늑대 투사로 변해버린 중국이다. 인권을 탄압하고, 울근불근 힘 자랑 돈 자랑을 하며 ‘차이나 리스크’를 생산하고, 이웃 나라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것 때문에 자유 지향의 국가에선 반중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반중 여론 비중은 87%, 미국은 82%, 오스트레일리아는 86%다. 요즈음의 중국, 매력 없고 인기 없다.

음으로 양으로 한국의 핀란드화를 추구하며 한국 국민을 자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나라가 어디일까. 그 또한 중국이다. 핀란드화는 모욕적인 용어다. 강대국 옆의 약소국이 스스로 자기 검열하며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뜻을 먼저 살피는 상황을 이른다. 이런 비대칭적 관계가 지속되면 정부는 강국에 유화적이고, 국민은 자기 검열에 적응하게 된다. 점차 심리적으로 익숙해지며 결국 도덕적 차원의 변화까지 초래하게 된다. 이른바 종중(從中)이고 공중(恐中)이다. 그래도 핀란드는 소련과 두 번에 걸친 겨울 전쟁을 하며 필사적으로 맞섰던 결기라도 있다. 지정학적 위협을 겪어보지도 못한 나라들이 쉽게 핀란드화라고 말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그 핀란드가 오랜 중립을 포기하고 금년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신청했다. 세상은 변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자기 검열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과 지식인이 상당하지만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는 중국과 중국 지도자에게 매우 부정적이다. 올 6월에 발표된 퓨 리서치 조사 결과 한국의 대중 인식은 부정 80 대 긍정 19다. 20년 전엔 66 대 31로 긍정이 더 많았다. 국가주석 시진핑에 관한 비호감도는 87%나 된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청년들의 반중 감정은 더 심하다. 반중 정서가 청년들의 학문적 관심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대 중문학과 대학원생이 5년 전엔 32명이었으나 지금은 14명이다. 20대의 정치외교학과 졸업생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중 호감을 보인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중국열(中國熱)이 한창이던 시절 부산대 중문학과의 입학 커트라인이 영문학과 보다 높았던 적이 있으나 다 지나간 이야기다.

■中 역량·본색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문제는 국제정치는 이미지와 인식보다 힘이 우선이란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관계의 본질은 영원히 이해관계다. 적나라한 적자생존의 공간, 바로 정글이다. 중국이란 실체는 우리의 호오와 무관하게 부강해지고 있다. 불과 40년 만에 죽의 장막에 갇힌 빈국의 수준에서 GDP 규모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 굴기를 하고도 만족은커녕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더욱 기세등등하게 거칠고 난해하며 요란한 용틀임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아편전쟁 이전인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총생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대국이었다. 이미 1000년 전인 송나라 때 중국의 출판물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출판물보다 많았고, 20세기 초 상하이 상무인 서관 한 출판사의 서적이 미국 전체 출판물보다 더 많았을 정도의 문화 강국이었다. Great China Again! 위대한 문화와 힘의 부흥을 외칠 만도 하다. 이른바 중국몽이다.

한국은 지금 크리티컬 타임(critical time)이다.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글로벌 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동하고 있다. 중국이란 이웃의 꿈과 역량을 제대로 알고 그 본색에 맞춰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절실한 대목이다.


◇ 조광수 전 교수 약력

전 한국아나키즘학회장, 국립대만대학 정치학 박사, 저서 ‘중국의 아나키즘’ ‘중국이란 코끼리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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