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만의 회의서 러 침공 도마위
- 유엔 “인류가 착오로 전멸” 경고
- 북한 7차 핵실험 준비 중단 촉구
- 블링컨 “동맹 방어 위해 핵 사용”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 보낸 서한의 내용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 공동체 모든 구성원을 위한 평등·불가분의 안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 서한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를 핵전쟁 위기로 빠뜨린 당사자가 한 발언치고는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7년 만의 NPT 평가회의

유엔은 1일부터 26일까지 한 달 가까이 191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10차 NPT 평가회의를 진행한다. 평가회의는 1969년 체결된 NPT의 핵 억제 결의와 실천 의지를 5년마다 확인하는 자리로, 애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올해 8월로 연기됐다. 핵무기 공식 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핵무기를 축소하고, 나머지 국가의 보유를 금지하게 한다.

7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는 당연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핵탄두 추정치 5977기) 나라인데다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를 침공한 이후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고, 남부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하거나 군사 기지화하는 등 실제 핵 위협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핵보유국의 핵 군축’ ‘핵 비보유국의 핵무기 금지’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등 NPT의 3대 원칙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행위로 평가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그들이 1994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안보) 보장과 상반된다. 주권과 독립을 지키고 침공을 막으려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나라들에 최악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옛소련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 보전과 독립 주권을 보장받았으나 러시아가 이번에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미콜라 토치츠키 외무부 차관도 “러시아가 크름(크림)반도 점령 후 핵무기 배치 지역을 사실상 확대하면서 비확산은 신기루가 됐다”면서 특히 러시아의 원전 공격에 관해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 핵 시설이 군사 목표물로 변했다. 세계는 핵보유국이 지원하는 ‘핵 테러리즘’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중동지역과 한반도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핵 위기가 곪아가는 이 시기에 1만3000개의 핵무기가 전 세계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나 계산 착오로 ‘핵 전멸’에 처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북핵 우려도 쏟아져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의 핵개발과 함께 북한 핵문제에 관한 우려도 쏟아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북아일랜드는 이날 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계속된 진전이 우리 공동 안보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는 점에 추가로 주목한다”며 “북한에 모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관련 활동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중단하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역시 “한반도 상황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로 파악한다. 북한은 지난 4월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일반토의에서 “북한은 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올해만 31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7차가 될 추가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 북한에 모든 종류의 도발을 멈추고, NPT 완전 준수로 복귀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CVID)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 러시아는 물론 북한에도 핵 관련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