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 완화에 OPEC 증산 필수
- 빈살만 왕세자와 만남 여부 촉각
- 美대표단 베네수엘라 잇단 파견
- 국제 원유 공급량 확대에 사활
‘석유 앞엔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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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3~1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길에서 “국제 왕따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대놓고 비난하며 절연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이것이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자 당장 석유 증산이 아쉽기 때문이다.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사우디 방문을 반대했다”며 “그러나 국제유가 안정과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 억제를 위해서는 사우디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참모들의 수주에 걸친 설득 끝에 바이든 대통령이 마음을 돌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2일 혼인신고를 하려고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미국은 배후로 사우디 권력 일인자인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했고, 인권 문제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이후 사우디가 관여한 예멘 내전의 지원을 중단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80년간 돈독했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변수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의 태도는 ‘화해’ 쪽으로 180도 바뀌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중심국인 사우디의 협력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6월 기준 미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고공행진 중이다. 유가로 말미암은 물가 폭등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에겐 발등의 불이다.
그래도 망설였던 바이든이 사우디 방문을 결정한 데는 이스라엘의 역할도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사우디에 가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강한 입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미국이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할 경우 중동 내 대이란 포위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4개국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바 있다. 이란뿐 아니라 중국 영향력 억지를 위해서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게 외신 분석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 직후 “확실하지 않지만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회동은) 더 큰 회담 가운데 일부로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두고, 사우디 측을 불편하게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사우디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런 거리두기식 발언이 빈살만 왕세자 측근들에게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했다며 “이런 태도로는 (사우디에) 어떤 부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유가 폭등에 대응하고자 사우디뿐 아니라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앙숙’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 정부 대표단은 올해 3월에 이어 지난달 27일에도 베네수엘라를 방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인사와 회동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