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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리포트] 뉴질랜드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

  • 박춘태 뉴질랜드 크라이스터처지 거주 동포
  •  |   입력 : 2021-12-27 15: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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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리포트]남반구 뉴질랜드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



지난 25일은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라는 점에 기인한다. 뉴질랜드 중에서도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도시는 북섬에 있는 기스본이다.

 뉴질랜드에서 매년 모든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이 있다면, 주저 없이 ‘크리스마스’라고 말할 수 있다. 120여 개의 민족이 어우러진 나라이기에 인종·문화의 다양성을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그러하기에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는 주부터 다음 해 1월 초순 또는 중순까지 회사·상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때 뉴질랜드인들은 여름 휴가를 많이 떠난다.

 필자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국가 공휴일로 지정돼 모든 관공서는 물론 쇼핑몰조차 문을 닫았다. 도로엔 드문드문 오가는 자동차 외에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영하의 날씨에 폭설 내리는 크리스마스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곳 뉴질랜드는 매년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맞이한다. 이는 뉴질랜드가 남반구에 있기 때문인데, 이곳 여름은 12월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다. 이렇듯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므로 눈사람과 눈썰매 등 눈과 관련된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다소 ‘핫’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부터 쇼핑몰 도서관 우체국 식당 가정 등 곳곳에서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도서관 우체국 가정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물로 장식하는가 하면, 쇼핑몰에서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산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타나 쇼핑객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음악회가 열리며 가정에서는 지인을 초청한 각종 파티가 열린다. 특이한 것이라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조용하면서도 사람들이 활기에 차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게 틀어놓는다거나 온통 휘황찬란한 불빛으로만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각 도시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하나로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화려한 퍼레이드를 연다. 퍼레이드 길이가 약 2㎞에 이르며 나라별 전통 복장과 독특한 퍼포먼스도 퍼레이드 도중에 이뤄진다. 무더운 여름, 그것도 대낮에 이뤄지는 것으로 ‘파머스 산타 퍼레이드(Farmer’s Santa Parade)’라 불리는데, 1934년 북섬에 있는 오클랜드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함께 오클랜드 시내를 돌아다닌 데서 유래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행사가 취소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정과 해변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는 가족 친척 지인이 모여서 보드게임 혹은 퍼즐을 즐긴다. 그러나 가정의 갑갑함을 떨치고 싶은 사람들은 해변 또는 호숫가로 간다. 쨍쨍한 햇볕, 맑은 바다와 은빛 모래가 어우러진 해변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모래성을 쌓는 일에 열중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서프보드를 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모래성을 쌓는 일이 눈사람을 만드는 것, 서프보드가 눈썰매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다음 날 12월 26일. 이날을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부른다. 격투 운동인 박싱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다. 박싱데이에는 많은 마트에서 옷과 각종 잡화 등을 상당히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박싱데이로 불리게 된 이유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꽤 많은 음식들과 선물들이 남아서 박스(box)에 담아 둬야 했다. 이를 두고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남은 음식과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날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세일데이로 불리는 박싱데이는 음식과 선물을 박스에 담아 둔 데서 유래되었다. 박춘태 뉴질랜드 크라이스터처지 거주 동포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난 24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쇼핑몰 ‘The Palms’ 풍경.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꾸며져 있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남반구에 있어서 반소매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카포 호수(Tekapo Lake). 멀리 보이는 산 위에는 눈이 덮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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