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 카불 입성… 영토 전역 장악
- 외신 “대통령 조만간 사임” 보도
- 공항 탈출 러시… 월남 패망 전철
- 美·英, 외교관 등 철수작전 돌입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본격적인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위를 날고 있다. AP 연합뉴스

탈레반이 마지막 남은 수도 카불에 진입하자 아프간 정부가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15일 “탈레반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알 아라비야 보도를 인용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조만간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자 출신의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새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내정됐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향후 아프간 내 외국인과 각종 시설 운영에 관한 원칙을 밝혔다.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군대를 해산하고 ▷공항과 병원을 계속 운영하며 긴급 물품 공급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미국을 겨냥해 2001년 9·11테러 뒤 범행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해 정권을 잃었다. 그 후 탈레반은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전쟁을 이어왔다.

미군과 동맹군이 지난 5월부터 단계적 철수를 시작하자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도시를 장악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아프간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요원과 동맹국 요원의 질서 있고 안전한 감축 그리고 우리 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탈출을 보장하기 위해 약 5000명의 미군 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전에 2조 달러(약 2338조 원)라는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했지만 지난 4월까지 17만 명의 미군 희생자만 낸 채 철수를 결정했다. 아프간 상황이 미국이 패전한 1975년 베트남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섣부른 철군 계획이 자국민을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은 거대하고 예상 가능하며 막을 수 있었던 참사로 향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무모한 정책을 옹호하려는 행정부의 이상한 노력은 솔직히 굴욕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