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19년 5·4운동의 영향을 받아 1921년 7월 1일 상하이에서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인민민주독재 등 계급 투쟁을 강령으로 창당했다. 실제로는 23일 창당했으나 마오쩌둥이 1938년 엔안에서 한 강의에서 1일을 언급함으로써 이날로 굳어졌다.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함께 중국에서는 중요한 기념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이날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14억 명으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경축 행사가 펼쳐진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행사장 중앙에는 중국 국기인 대형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등 국가 수뇌부·원로와 4만여 명의 군중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5000년이라는 유구한 문명과 역사를 가지고 인류 문명 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과거 아편 전쟁 등으로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당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은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중국몽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중 유일하게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한 시 주석은 “당과 각 민족의 분투를 통해 우리는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했고 중화 대지에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집권 후 ‘2개 100년’(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2049년 신중국 성립 100주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을 초대 국가 주석으로 해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이 선포됐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중국 공산당이 단결해 중국 인민을 이끌고 신민주주의 혁명의 위대한 업적을 일궜다”면서 “중국 인민이 일어서고 있으며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인민은 정의를 숭배하고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민이고 중화민족 자긍심과 자신감이 강한 민족”이라면서 “중국 인민은 다른 나라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한 적이 과거에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어떠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들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을 위한 과학 기술 자립과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 패권주의 및 강권 정치 반대 입장도 표명했다. 그는 “새로운 여정에서는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추진해 인민이 부유하고 국가가 강대해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종엄치당을 통해 청렴 구축 및 반부패 투쟁을 추진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 정책을 견지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협력하되 대항하지 않고 개방을 견지하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홍콩 문제 등에 대해 외세가 간섭해서는 안 되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관철해야 하고 중앙 정부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전면 관리와 통치를 하고 이들 특별행정구는 국가보안법을 실행해 사회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톈안먼 광장은 경축 행렬로 가득 찼으며 시 주석을 포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지도부들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등 공산당 원로들도 대거 참석해 톈안먼 망루에서 창당 100돌을 자축했다. 위중설이 나도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서방을 비판하고 중국공산당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평을 내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공산당이 중국 인민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승리했다’는 사평(社評)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실천은 서방의 정치지식과 역사적 경험에 따른 인식 틀을 크게 뛰어넘었다”고 자평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론(社論)을 통해 “전면적 샤오캉사회 건설에서 위대한 역사적 성취를 거뒀고, 탈빈곤 전투에서 승리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상에서도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 관련 글이 검색어 상위 순위를 모두 차지했다. 온라인에서는 행사에 따른 교통체증에 대한 일부 불평 등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축하 메시지로 채워졌다.

중국의 분위기와 달리 홍콩에서는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과 시행 1년을 맞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한 반감이 있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주권반환 24주년을 맞아 경찰이 대규모로 배치됐다. 홍콩에서는 2003년부터 민주화를 요구하는 행진이 있었으나, 당국은 신종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회를 불허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베이징(北京)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최초로 행정장관이 주권 반환 기념식을 주재하지 않았으며, 이를 두고 ‘홍콩의 중국화’를 보여주는 예라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 경찰은 또 전날 저녁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 부주석을 불법집회 참여 선동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홍콩 영문매체 더스탠더드는 사설을 통해 “언론인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홍콩의 기자들은 금지된 영역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하려면 레드 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대만인들에게 중국 정치행사에 참석하거나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자유시보는 베이징에서 열린 기념식에 대만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하고 롄잔(連戰) 전 국민당 주석이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대만 온라인상에서는 “(참석 인사가) 누구인지 조사해 (대만) 호적을 없애라”는 의견과 함께 롄 전 주석을 ‘대만의 적’,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