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보급의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중동의 이스라엘과 남미의 칠레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일상을 점점 회복하고 있는 반면, 칠레는 다시 봉쇄조치에 들어가는 등 백신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화이자 백신을 들여와 대국민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약 52%에 해당하는 483만9000명에 대해 2회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칠레는 아메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 모범국이다. 인구 1800만 명의 칠레는 현재까지 전체의 36% 이상이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칠레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딴판이다. 지난 1월 한때 하루 1만 명에 육박했던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는 최근 수백 명대로 줄었다. 병원 입원환자나 중환자 사망자 수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초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해 대부분의 상업·공공시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호텔과 영화관, 콘서트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반면 칠레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다시 봉쇄조치가 도입됐다. 지난주에만 4만9542명의 확진자가 발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결국 칠레는 당초 오는 10, 11일로 예정된 제헌의회 선거를 다음 달 15, 16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칠레의 코로나19 재확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가장 먼저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면서 섣불리 제한조치를 풀었다는 점이다. 칠레는 지난해 11월 국경을 다시 개방했고, 1월에는 국민이 여름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효과적인 접촉 및 추적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입국자가 들어오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는 여지가 생겼다. 특히 인근 국가인 브라질에서 발생한 P.1 변이가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남미 곳곳에 퍼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처럼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백신 종류와 사회문화적 차이, 인구 밀도, 백신 수용성, 봉쇄조치 적용 여부 등 여러 다른 요인이 이스라엘과 칠레의 상반된 바이러스 상황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놨다.
우선 이스라엘은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가장 높은 화이자 백신만을 접종한 반면, 칠레는 화이자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을 함께 접종했다. 칠레의 경우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전체의 10%에 그쳤고, 대부분인 90%는 시노백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스라엘에서도 백신 접종 개시 이후 한동안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대되면서 엄격한 봉쇄조치가 지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