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 모범국 평가받던 싱가포르
- 2차 유행에 ‘동남아 최대 발병국’

유럽과 미국을 초토화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대륙으로 무대를 옮겨간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최근 많은 나라에서 거론되는 봉쇄 완화가 섣부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텅 빈 러시아 모스크바 거리에서 19일(현지시간) 한 남성과 반려견이 산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6대륙 중 가장 늦게 코로나19가 상륙한 중남미에선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전체 확진자가 10만 명으로 불어났다. 브라질은 ‘남미의 이탈리아’ 신세다. 브라질 확진자는 3만8654명으로 남미에서 가장 많다.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치명률도 높아 사망자가 2462명에 이른다. 인구 2억 명의 브라질에선 진단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도 확진자가 하루 2000~3000명씩 늘고 있다. 한 달 넘게 전 국민 강제 격리를 시행 중인 페루도 누적 확진자가 1만5628명에 이르며 칠레도 1만 명을 넘는다. 에콰도르도 9468명이어서 곧 1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러시아도 감염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20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4만2853명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는 단숨에 누적 확진자가 전 세계 10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터키도 확진자 수가 8만6000명을 넘겨 이란은 물론 코로나19 발원지 중국보다도 감염자 수가 많은 상황이다. 일본도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빠르게 늘어 한국을 앞질렀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의 방향성을 가늠하려면 미국과 유럽 대신 이들 국가의 감염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확산뿐만 아니라 재유행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상륙한 싱가포르는 초기 통제에 성공하며 방역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2차 유행 탓에 동남아시아 최대 발병국으로 전락했다. 확산 둔화를 계기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경제활동 재개를 고려하는 국가들로서는 싱가포르 재유행 사태 탓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신규 확진자와 누적 확진자가 각각 1400명과 8000명을 넘어섰다. 20일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보건부는 이날 1426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801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1426명은 하루 기준 확진자로는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역시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신규 확진자 대다수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라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 18일 “노력 중이지만 당분간은 더 많은 기숙사 이주노동자 감염 사례를 볼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