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 해명 반박
-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등서 유출
- 미확인 온갖 소문 무차별 확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도 “춘제(중국의 설)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 19의 최초 감염 환자를 놓고서도 루머와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1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 관영 매체가 앞장서 ‘해명’에 나섰다. 최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 3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한 발언 전문을 실었다. 여기에는 올해 1월 7일 코로나19 대처 회의를 개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 주석은 “나는 1월 7일 정치국 상무위 회의를 주재해 폐렴 방어·통제 업무에 관한 지시를 했다”며 자신의 적극적인 초기 대응을 주장했다.
실상은 이와 다르다는 게 명보의 지적이다. 명보가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곧바로 조사해 중앙 지도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결과를 알렸다. 지난달 6일에는 가오푸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이 비상 방역 태세를 2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이튿날인 7일 시 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최고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 회의의 주요 안건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중앙 영도인(領導人)’은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러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중앙 영도인’은 통상 시 주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시 주석의 지시가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불렀다는 것이 명보의 분석이다.
이미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베이성은 대규모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했다. 우한시는 더 나아가 지난달 19일 우한 도심에서 총 4만 명 이상의 가족을 초대한 초대형 춘제 행사인 ‘만가연’(萬家宴)을 열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의 안이한 대처에 맞서 보건 전문가들은 경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국제 학술지에 코로나19 논문을 게재해 그 존재를 알렸다. 중국 호흡기 질병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도 지난달 20일 “사람 간 전염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반면 ‘우한 봉쇄령’은 지난달 23일 내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번 사태는 보건 전문가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 상층부의 결정과 집행에서 엄중한 판단 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경로를 둘러싼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황옌링이 ‘0번 환자’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황옌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0번 환자’이다” “황옌링을 화장하던 장례업체 직원이 감염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한 중국 내 유일한 생물안전 4급 실험실을 갖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소문도 퍼졌다. 중국 화난이공대 소속 샤오보타오 교수는 최근 정보공유 사이트인 ‘리서치게이트’에 올린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우한시 질병통제센터(WHCDC)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온갖 소문이 확산하자 환구시보 총편집인인 후시진은 “권위 있는 기구가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